중앙정부 채무 1100조원 첫 돌파… 나라살림도 66조 적자

입력 2023-10-13 04:06
국민일보DB

중앙정부 채무가 처음으로 1100조원을 돌파했다. 총수입·총지출 진도율은 ‘세수 펑크’로 인한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정부 전망치를 뛰어넘는다. 정부는 올해 남은 기간 대규모 국고채 상환에 힘입어 중앙정부 채무 규모는 소폭 감소한다고 보고 있다.

1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 10월호’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전월 대비 12조1000억원 증가한 1110조원이었다. 지난해 말 대비 76조5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월별 국고채 발행·상환 계획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연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가 1101조7000억원까지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 채무는 8개월 만에 예측치를 8조3000억원이나 앞질렀다. 중앙정부 채무에 지난해 지방정부 채무 34조2000억원을 더해 계산한 국가채무(D1) 규모는 이미 1144조2000억원에 이른다. 본예산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인 2249조원의 50.9%에 달하는 금액이다.


대규모 세수 결손이 초래한 진도율 부진은 그칠 기색이 없다. 올해 8월까지의 누적 총수입은 39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조2000억원 감소했다. 진도율은 8.0% 포인트 하락한 63.0%에 그쳤다. 1년 전보다 47조6000억원 줄어든 국세수입의 여파다. 지출의 감소 폭은 수입보다 더 컸다. 정부의 올해 총지출은 425조8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3조5000억원 줄었다. 진도율은 지난해 대비 5.0% 포인트 하락한 66.7%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진도율은 예년보다 부진하다”면서도 “민생 안정, 경제활력 지원 등의 중점 분야 지출 진도율은 70%대로 차질 없이 집행 중”이라고 말했다.

나라살림의 가늠자 격인 관리재정수지는 2개월 연속으로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자 규모가 연말 전망치를 웃도는 상태다. 8월 관리재정수지는 1조9000억원 흑자를 기록하면서 연간 적자 폭을 66조원으로 끌어내렸다. 이는 올해 GDP 전망치 대비 2.9%로 정부의 재정준칙 한도(3%)를 빠듯하게 만족하는 액수다. 적자가 80조원을 돌파하면서 ‘100조원대 적자’ 우려를 낳았던 6월보다는 호전됐지만, 정부가 본예산에서 설정한 연간 전망치(58조2000억원)와는 여전히 7조8000억원의 격차가 있다.

정부는 9~12월에는 중앙정부 부채가 전망치에 근접한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지난달에도 정부가 국채 13조2000억원을 발행하고 24조원을 상환해 약 11조원의 채무를 줄였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2월은 일부 국채의 만기가 도래해 상환이 계획돼 있고, 10월과 11월에도 시장 여건을 봐서 조기 상환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