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깡패’… 중국 쇼핑앱 무서운 성장에 토종앱 ‘벌벌’

입력 2023-10-13 00:03

한국의 정보통신(IT) 생태계로 중국 애플리케이션이 조용히 침투하고 있다.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신규 앱 설치 1위까지 기록했다. 고물가 시대에 지출 규모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은 한국인을 정조준했다. 이용자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토종 플랫폼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는 ‘9월 월간 인기 앱’ 리포트를 발표하고 지난달에 쇼핑 앱 신규 설치 1위를 중국 쇼핑 플랫폼 티무가 차지했다고 12일 밝혔다. 신규 설치만 약 118만건을 달성했다. 월간 사용자 수가 급상승한 앱 순위로도 디즈니플러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티무는 중국 판둬둬 산하의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유럽 일본을 거쳐 지난 7월 한국에 상륙했다. 주로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 공산품을 유통한다. 티무는 처음 한국에 출시 소식이 알려지지 않았을 만큼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폭발적 관심을 받게 됐고, 출시 두 달 만에 한국 이용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미 중국 쇼핑 앱은 한국의 산업 생태계에 강력하게 뿌리를 내리며 영역을 확장 중이다. 알리바바 산하 해외직구 사이트 알리익스프레스가 대표적이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지난 7월 월간 이용자 수(추정)는 467만명에 달한다. 토종 쇼핑 앱 쿠팡, 11번가, G마켓에 이은 4위다. 티몬, 위메프, 옥션, GS샵 등을 100만명 가량 앞질렀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을 도맡고, 아마존이나 월마트같은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제품을 팔던 시절은 지났다. 중국 플랫폼 기업들은 최근 여러 국가에 진출해 소비자에게 물건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자체 유통망을 구축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까지 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중국 기업의 독자적 영향력을 키우는 동시에 수익성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쇼핑 플랫폼 기업들은 ‘고물가’를 겪는 한국을 ‘초저가’로 공략하고 있다. 각종 할인 행사나 프로모션을 내놓으며 토종 플랫폼 대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다. 티무는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가정용품, 전자제품 등의 제품 소싱 단계를 줄여 싸게 많이 파는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알리바바 역시 초저가 제품 위주의 판매 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제조한 저렴한 상품을 현지 물류망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값싸게 직접 배송하는 식으로 가격을 낮췄다. 한국과 가깝다는 지리적 조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계에서는 중국 쇼핑 앱의 이용자 증가세가 이어질수록 토종 쇼핑 앱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중국 플랫폼 물류의 양이 늘고 배송 속도가 빨라진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일일 전용 고속선을 운항하며 3일 안에 한국 전역으로 배송한다. 한국 쇼핑 앱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중국에서 택배 배송을 받으면 토종 플랫폼의 이점은 사라지게 된다. 와이즈앱은 “국가 간 배송 속도가 더 빨라질수록 중국 쇼핑 플랫폼의 영향력은 한층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