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7%를 기록하며 지난여름 상승 반전을 마감했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시하는 근원 CPI는 여섯 달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물가 진정세가 국채 금리 상승 영향과 맞물려 다음 달 연준의 금리 동결 여지를 키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여파가 에너지 가격 상승을 다시 부추길 수 있어 불확실성은 증대될 수 있다.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은 12일(현지시간) 지난해 같은 달 대비 9월 CPI 상승률이 3.7%로 지난 7월 상승률과 같았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3.6%)보다 소폭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름철 국제 유가 급등에 의한 인플레이션 압박이 어느 정도 진정된 것으로 해석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4.1%로 지난달(4.3%)보다 0.2% 포인트 하락했다. 근원 CPI는 지난 3월 5.6%에서 1.5% 포인트나 낮아졌다.
연준 내부에서는 이에 따라 연내 추가 긴축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연준이 공개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참석자 다수는 향후 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지만 일부는 더는 인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한 관리는 “대중 소통의 초점을 정책금리를 얼마나 인상하느냐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제한적인 수준에서 유지할 것인지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 국채 장기물 금리 상승 등 여파가 연준 행보를 신중하게 할 수 있다고 봤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현재 4.5%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직전(4.78%)보다 낮지만 지난달 20일 FOMC 회의 당시의 4.34%보다는 높다. 연준의 고금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면서 장기물 금리가 상승한 것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유타주 행사에서 채권 금리 상승과 관련해 “금융시장이 긴축되고 있고, 이는 우리가 해야 할 일 일부를 대신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11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92%를 웃돌았다.
중동 상황은 변수다. 블룸버그는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 공급 충격이 촉발돼 에너지 가격을 올릴 수 있다”며 “이는 연준의 금리 인상 압박을 가중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