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께 지지받는 소설이었으면”… 올해 혼불문학상 수상작

입력 2023-10-12 19:34 수정 2023-10-12 19:36

소설 ‘지켜야 할 세계’는 한 강렬한 교사 캐릭터를 창조했다. 고등학교 국어교사 ‘정윤옥’이다.

그는 정년을 2년 앞두고 죽었다. 눈 내린 빌라 단지의 오르막길을 걷다가 넘어져서. 소설은 여기서 시작돼 교사 윤옥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 여러 시련들이 그의 생애를 덮쳤지만 그는 지지 않으려고 했다. 윤옥의 단단한 생애는 독자들에게 당신은 어떻게 살아왔느냐고,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고 묻는다.

이 소설은 올해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신작 장편소설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문학상으로 상금 7000만원을 수여한다. 작가는 등단 7년차 소설가이자 초등학교 교사인 문경민(47)이다.

그는 지난 11일 열린 출간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등단할 때부터 마음 속에 담겨 있었던 이야기”라며 “7년 동안 다듬어낸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교사로서 “내가 써야 할 소설” “내가 제일 잘 쓸 수 있는 소설”이라며 “무엇보다 선생님들에게 지지받는 소설이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문경민은 정윤옥 교사라는 캐릭터에 대해 “돌파하려는 사람” “자신의 야성으로 뛰어넘으려는 사람” “자신의 세계를 지켜간 사람” “그래서 죽기까지 살아갔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가 후기에 지난 9월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에서 추모사를 낭독했다며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죽지 말라고, 이 밤을 버텨내면 아침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썼다.

문경민에게 소설은 교직이 그런 것처럼 세상을 지켜가는 방식인지 모른다. 그는 “소설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우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겠다, 그런 마음을 주는 게 소설의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