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가자지구 인근 국경 마을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이면서 민간인 학살의 참혹상이 드러나고 있다. 한 마을에서만 100구 이상의 시신이 발견되는 등 무차별적 공격에 따른 희생자가 속속 발견된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가자지구 인근 키부츠(집단농장) 등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한 뒤 희생자 수습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 20곳 이상의 남부 지역에서 어린이와 노인 등을 포함해 1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집과 마을, 도로 한복판 등 모든 일상적인 장소에서 하마스의 공격을 받았다. 남부 비에리 키부츠에서는 100구 이상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지역 보안 카메라에는 무장한 남성 두 명이 침입을 시도하는 모습이 찍혔다. 이들은 지나가던 차량이 멈춰 서자 운전자에게 다가가 총을 난사했다. 이어 숨진 것을 확인한 뒤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이 지역에서 남쪽으로 4.8㎞ 떨어진 노바 사막 축제장에서도 같은 시간 하마스의 공습이 이뤄졌다. 관련 영상에는 부상으로 자동차 밑에 누워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총을 쏜 뒤 생사를 확인하고 떠나는 무장대원의 모습이 포착됐다.
인근 홀릿 키부츠에서는 가자지구에 납치됐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여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아비털 알라젬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때 한 이웃과 다른 이웃의 두 자녀와 함께 옷장에 숨어 있었다. 그는 “테러리스트들이 집에 들어와 내 이웃을 총으로 쏴 살해했고 나와 두 아이를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며 “그들은 집과 자동차를 불태우면서 마을 사방에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로 끌려간 그는 대원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아이들을 데리고 탈출, 1.6㎞를 걸어 키부츠로 돌아왔다.
희생자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지고 있다.
니르 오즈에서 사망한 한 여성의 손녀인 모르 바이더는 페이스북에 “평생 이곳에 살았던 할머니가 지난 7일 집에서 테러리스트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며 “그들은 할머니를 살해하고 휴대전화를 빼앗아 그 끔찍한 장면을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페이스북 영상을 보고 이 여성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은 여전히 소수의 테러리스트가 자국 영토에 숨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사아드 키부츠 인근에서 테러리스트 1명을 사살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