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의 고립 문제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다. 최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1년 1만여명의 자립준비청년 중 독립 이후에도 지속해서 시설 담당자 등과 연락이 닿는 청년은 16% 수준에 불과했다.
이런 청년들이 다시 사회와 연결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전담기관 인력이다. 그러나 전담인력 역시 열악한 처우와 과도한 업무량 등 탓에 기관을 떠나고 있다. 충남자립지원전담기관의 승연희 관장과 함유나 과장은 이런 쉽지 않은 환경에서도 고립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손을 내밀고, 전담인력들이 지치지 않도록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을 지난 10일 충남 아산에 있는 전담기관에서 만났다. 충남자립지원전담기관은 자립준비청년의 주거 자립을 돕는 삼성 희망디딤돌 충남센터와 함께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 관심 커졌지만
충남자립지원전담기관은 전국의 전담기관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이다. 2014년도부터 자립준비청년 지원 전담 사업을 진행해 왔다. 함 과장은 “2021년 삼성과 희망디딤돌 사업계약을 하게 되면서 사업장 규모가 커졌고, 지난해 정부가 전국적으로 자립전담기관을 설립하겠다고 하면서부터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정책적 관심도 커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비교적 기반이 탄탄한 편이지만 이곳에서도 전담인력은 15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담인력의 중도 퇴사 비율 역시 높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1~9월 전국 자립지원 전담인력 정원 180명 중 40%가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승 관장은 “사명감이 없으면 정말 일하기 힘든 분야”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사회복지서비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 사람을 대하는 일이다 보니 스스로의 에너지가 긍정적이어야 한다”며 “출장을 갈 때면 하루에 왕복 네 시간도 걸리는 등 체력적으로도 힘이 많이 드는 일이다.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정신적, 체력적으로도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벽 쌓고 숨는 청년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은 ‘비자발적’이라는 점에서 여타 사회복지서비스와 다르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다른 복지서비스의 경우 수요자들이 자발적으로 찾아 나서지만, 자립준비청년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다. 함 과장은 “보호종료 이후 ‘시설에서 이제 연락 좀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다. 라포 형성(Rapport building·친밀감 형성) 등 이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인풋’ 작업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승 관장은 “누가 봐도 데이트 폭력 피해를 입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을 안 하던 청년이 있었다”며 “그 청년의 마음속에 있는 말을 끄집어내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지난하고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경험이 많고 전문성을 갖춰서 정치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전문인력들이 많이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걸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결국 예산 문제”라며 “전문성과 사명감을 요구하는 일임에도 처우가 너무 열악하다 보니 자아성취는 물론 생계 문제도 비전 제시를 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충남자립지원전담기관에서는 사례관리 대상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함 과장은 “저희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담당 직원들이 가지는 죄책감”이라며 “우리는 애를 썼고, 모든 것을 책임지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가 아님을 늘 실무자에게 주지시키려고 한다”고 했다.
승 관장은 “재주도 많고 꿋꿋하게 지내던 청년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도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수 있도록 어떤 대안을 세울 수 있는지가 청년과 실무자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고위험군에 있는 청년들을 촘촘히 케어할 수 있도록 전국 17개 전담기관이 공유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두드린다
고립된 자립준비청년을 찾아내는 작업도 쉽지 않다. 승 관장은 전담기관이 이들을 발굴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고 했다. 문자나 전화, 카카오톡 메신저를 보내거나 직접 집을 찾아가는 게 사실상 전부지만 15명의 전담인력으로는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승 관장이 아이디어를 낸 건 ‘우편 발송’이었다. 주소지가 불명하거나, 거주하지 않는다면 반송될 것이기 때문에 그런 방법을 통해서라도 고립 청년의 상황을 파악하고자 한 것이었다. 승 관장은 “직권조사 등 전담기관이 고립된 청년들을 찾을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와 단절된 상태인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승 관장은 “나이 60에 가수 BTS를 좋아하게 됐는데, 그 중 ‘봄날’이란 노래의 가사를 참 좋아한다”며 “‘어떤 어둠도 어떤 계절도 영원할 수는 없으니까 꽃이 피나봐요. 이 겨울도 끝이 나요’ 라는 부분이 있다. 이런 생각으로 우리 전담기관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 과장은 “청년들에게 왜 연락이 끊겼었냐고 물으면 ‘미안해서 연락을 못 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우리는 너희를 위해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연락해도 된다’고 말한다. 미안하고 불편하고 죄송할 것 없으니 한 번만 연락을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아산=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