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카구라자카는 한국으로 치면 서울 연희동과 닮았다. 고풍스런 옛 멋이 남아 있는 주택들 사이사이에 아기자기한 식당들이 위치해 있다. 올해로 25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한식당 ‘마츠노미’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일본 방송에서 다룰 정도로 입소문이 자자하지만 막상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다. 지난 5일 골목길을 돌고 돌아 찾아 낸 마츠노미 입구를 보면 그럴 만도 했다. 단독주택 1층을 식당으로 개조한 탓에 언뜻 보면 식당인지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문을 들어서면 하회탈 등 한국 풍미가 묻어나는 소품이 즐비한 한식당을 만나게 된다. 운영자인 재일교포 2세 전일선(81·여)씨는 서툰 한국말로 “다 한국에서 구해 온 것들”이라고 소개했다.
인당 6800엔(약 6만2000원)의 한정식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마츠노미의 인기 메뉴는 ‘구절판’ 요리다. 일본인들은 접해보지 못했던 요리라서 신기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전씨는 “한국하면 ‘야키니쿠(고기 구이)’만 생각하길래 궁중요리를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사 온 책자를 보며 독학으로 연구해 선보인 요리는 일본인 입맛에 딱이었다. 일본에서 태어난 전씨는 “내 입맛에 맞게 양념을 바꿔서인지 일본인들이 다 좋다고 한다”고 전했다. 매운 맛 없이 현지화한 한식 성공담은 한국까지 소문이 퍼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곳을 ‘해외 우수 한식당’으로 지정하기 위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20대가 열광하는 한식당도 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 서래마을에 비견되는 동네인 도쿄 히로오의 한식당 ‘하수오’가 그곳이다. 이 식당 역시 한정식 코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젊은 층이 사진 찍기 위해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일본 대기업을 다니며 이곳 단골이었던 권은실(40)씨와 셰프인 남편이 지난해 4월 이곳을 인수하면서 손님이 더 늘었다.
하수오의 코스 요리는 주로 한국산 양념을 쓴다. 하지만 마늘만큼은 뺐다. 일본인도 익숙한 김치 정도의 매운 맛까지만 요리에 반영한다. 일본인 입맛을 사로잡은 하수오는 일본 최대 식당 포털인 ‘타베로그’에서 한식당 상위 100곳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내 한식당이 1만곳에 가까운 점을 고려하면 상위 1%인 셈이다. 내년에는 미슐랭 가이드에도 등재될 예정이다. 권 대표는 “일본 대형 요식업 프랜차이즈가 한식 창업을 위해 우리 식당 정찰을 온다”며 “일본 내에서 한식이 트렌드가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두 곳은 모두 현지화와 고급화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케이팝, 케이 드라마라는 한류 영향이 날개를 달아 줬다. 이는 한국 식자재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방문한 이온 등 일본 대형 마트에서는 한국산 치즈핫도그 등 냉동식품과 다양한 과자 종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윤상영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도쿄 본부장은 “일본어로 표기해 판매하던 과거와 달리 문화 콘텐츠 영향이 커진 지금은 한글 표기된 제품들이 마트에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신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