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뒤를 이어 경기에서도 중저가 아파트가 빠르게 줄고 있다. 올해 경기도에서 6억원 이하에 사고팔린 아파트 비중이 70% 중반을 밑돌며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비싼 집값 때문에 서울살이가 버거운 이들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만랩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경기도 아파트 매매 8만837건 중 6억원 이하 거래가 6만173건으로 74.4%에 그쳤다고 11일 밝혔다. 매년 1~9월 기준으로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가장 낮은 비중이다.
경기도 6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 비중은 2010년 전후 90%대 후반을 유지하다 2017년 94.3%로 꺾이면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2019년(91.1%)까지만 해도 90%를 웃돈 이 비중은 2020년 87.3%, 2021년 76.3%로 급감하며 연거푸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77.7%로 소폭 반등했지만 올해 다시 저점을 깨고 내려갔다.
경기에서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 비중은 전체 거래의 18.4%(1만4887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종전 최대 비중은 집값 상승기 정점이던 2021년의 17.3%였다. 이보다 비싼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도 6.1%(4965건)로 2021년의 5.5%를 넘겼다. 15억원 초과 매매는 1.0%(812건)였다. 이 가격대는 2018년부터 1.0~2.0%를 유지하고 있다.
중저가 아파트의 빠른 감소는 주거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 경기는 서울에 생활권을 두고도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이 주거 대안으로 찾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마저 중저가 아파트가 사라지면 무주택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주거비를 감수하거나 더 먼 외곽으로 밀려나야 한다.
같은 경기도라도 남부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 증발 속도가 빠르다. 올해 경기 북부 아파트 매매 중 6억원 이하 거래는 83.4%였다. 같은 기간 남부는 이 비중이 71.7%로 10% 포인트 넘게 낮았다.
경기 남부에 속한 과천은 올해 1~9월 아파트 매매 465건 중 31.8%인 148건이 15억원 초과 거래였다. 경기에서 이 가격대 비중이 가장 높다. 경기에서 유일하게 6억원 이하 매매가 없는 지역이기도 했다.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비중은 67.1%였다. 과천 다음으로 15억원 초과 거래 비중이 높은 곳은 성남 분당구로 18.8%였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서울 강남권과 인접한 경기 남부를 중심으로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경기 남부와 북부의 가격 격차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