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팔 확전 조짐에 세계경제 먹구름… 우리도 긴밀한 대응을

입력 2023-10-12 04:03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에 파괴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건물 앞에서 한 현지인이 분노를 토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교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세계 시장이 요동친 데 이어 유가 상승을 부추길 중동 불안까지 덮친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가 새로운 근심거리에 직면했다는 외신의 진단 속에 우리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긴밀히 대응해야 할 때다.

‘원유 저장고’인 중동에서 발발한 이·팔 전쟁의 가장 큰 위협은 국제 유가 상승이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사태 직후인 지난 8일 배럴당 장중 87.24달러를 기록하며 5% 넘게 오르기도 했다. 이후 추가 급등 없이 86달러 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상황이지만 조만간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10% 오르면 내년 세계 경제 생산이 0.15% 줄고 물가는 0.4% 오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우리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9.5%에 이르는 만큼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10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반도체 생산 회복에 힘입어 경기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 다만 이·팔 전쟁은 반영되지 않은 분석으로 중동 사태는 향후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국제 유가 상승은 소비자물가 상승 폭을 키우면서 소비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경기에 부담을 줄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열고 대외 경제 불안 요인으로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팔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원유 수급 방편을 비롯해 금융·외환시장 등 경제 전반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