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 측이 “대법원의 ‘보복 판결’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적절하지 않고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여야는 35년만의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 사태’를 놓고도 거센 책임 공방을 벌였다.
김 처장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김 후보 측의 ‘보복 판결’ 주장이 타당한지 묻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법원 판결은 투표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후보 선거캠프는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선거는 김명수 대법원의 공익제보자 ‘보복 판결’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지난 5월 대법원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유죄가 확정돼 구청장직을 박탈당했다. 이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고, 자신의 유죄 판결로 공석이 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재출마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공익신고자가 아니라는 점을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인정했는데도 선거 홍보물에 ‘공익제보자’ 표현을 쓰는 것은 허위사실 공표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그분의 평가인 듯하다”면서도 “저희의 바람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박형수 의원은 “김 후보는 당시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본인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며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허위사실 공표죄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동혁 의원도 “보궐선거 투표를 하루 앞두고 국감장에서 김 후보의 주관적 표현에 관한 법리적 논쟁이 벌어지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여야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 사태를 두고도 충돌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낙마 책임은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대법원이나 면밀히 검증해 책임을 다한 국회에 있는 게 아니다. 검증단을 갖고 있다는 법무부와 지명한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당대표의 개인 사법리스크를 방탄하기 위해 당론 부결 투표했다”며 민주당에 화살을 돌렸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이 후보자 낙마를) 사법부 길들이기로 보는 시각이 많고 충분히 설득력 있는 지적”이라고 말했다가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현재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은 안철상 대법관이 내년 1월 퇴임하면 다음 선임 대법관인 민변 출신 김선수 대법관이 대행을 맡는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김 대법관이 다음 대행을 하는 점을 노리고 정치적으로 이렇게 하는 게 아니냐”고 언급했다. 이에 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위원장 자리에서 질의하면 민주당은 단체 퇴장하겠다”고 했고, 박범계 의원은 “잘 참다가 왜 저러냐”면서 국감장을 나갔다.
여야는 이 후보자의 비상장주식 재산 신고 누락에 대해서도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소 의원은 “비상장주식을 10억원 꼬불쳐 놓은 엉터리 후보자”라고 비난했고, 박형수 의원은 “과연 낙마시킬 정도의 사유였는지 의문”이라고 맞섰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