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사망자 휴대폰으로 대화방에 허위 정보 퍼뜨려”

입력 2023-10-11 04:06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 발생 사흘째인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위해 기도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성균관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스라엘 국적의 유학생 아디(가명·23)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난 7일 모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아디의 할머니는 “여기 큰 전쟁이 난 것 같다”고 전했다. 가족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아디는 예삿일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고 한다.

아디는 친구와 친척들에게 서둘러 연락을 돌렸다. 다행히 직접 피해를 본 지인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전한 현지 상황은 끔찍했다. 아디 지인의 친구 중에도 실종된 이들이 있었다. 아디는 “현지 친구들의 SNS에 ‘노바 페스티벌’(하마스가 습격한 축제)에서 사람이 사라졌으니 찾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게시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테러리스트들이 죽은 사람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단체 대화방에도 잠입하고 있다”며 “대화방에서 허위 정보를 퍼 나르거나 클릭하면 휴대전화에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링크도 올리는 등 사이버 공격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스라엘 한국 교민들 사이에서도 “하마스가 해킹 시도를 하고 있으니 특정 번호로 오는 전화는 받지 말라”는 안내가 공지된 상황이다.

아디의 본가는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소도시다. 텔아비브 근처에 살았던 만큼 그 역시 중·고교 시절 하마스의 미사일 공습으로 대피했던 경험이 있다. 아디는 “현재 한국 사람 대부분이 북한이 미사일을 날려도 ‘또 날리는구나’ 생각하는 것처럼 ‘또 공격하는구나’라고 생각했었다. 미사일방어 시스템 ‘아이언돔’도 있으니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아디는 “급작스럽게 수천 발의 미사일을 날려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테러리스트들까지 넘어와 사람을 죽이고 납치해 갔다”며 “보통 때 같았으면 미사일 몇 발 날리고 끝났을 텐데 (공격 방식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의 테러 이후 아디는 가족과 평소보다 더 많이 통화하고 있다. 그의 가족은 제발 무사히 이번 사태가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아디는 “위로 갈수록 가자지구와는 멀어지지만 반대로 레바논과 가까워진다. 그곳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공격하는 곳”이라며 “우리는 이런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도망갈 곳이 없는 신세”라고 토로했다.

현재 이스라엘 정부는 예비군 동원령을 내린 상태지만 아디는 소집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기초군사훈련은 받았다. 제 가족이 위험해지거나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고국으로 돌아가 기꺼이 돕겠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