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잠잠해졌던 단기납 종신보험 시장에 ‘메기’가 등장했다. 한화생명이 이달 첫 영업일 하루 만에 지난달 판매한 단기납 종신 실적의 4분의 1가량을 팔아치우며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한화생명이 자사 단기납 종신 상품 만기 환급률을 높이고 설계사 성과급을 대폭 늘린 효과로 보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달 초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첫날에 단기납 종신을 약 40억원어치 판매했다. 지난달 실적(약 130억원)의 4분의 1가량을 하루 만에 채운 것이다. 비결은 환급률(납입 원금 대비 만기 때 돌려받는 돈의 비율)과 설계사 성과급으로 추정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95% 안팎의 환급률을 내걸었던 한화생명은 이달 들어 이를 99%대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소속 보험 설계사에게 최대 300%의 성과급 지급을 약속하며 공격적인 영업에도 나섰다.
이는 생보업계에서 보기 힘든 ‘튀는’ 행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단기납 종신은 생보업계 신규 계약의 60~70%를 차지할 정도로 잘 팔렸다. 생보업계가 ‘보험’인 단기납 종신을 “5년만 납입하면 원금의 120%를 돌려주겠다”는 식으로 ‘저축’ 상품처럼 판매했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5·7년납 종신 상품의 환급률을 100% 이하로 낮추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뒤인 지난달에야 사라졌다. 그러나 한화생명이 환급률을 끌어올리면서 금감원과 생보업계 노력이 한 달 만에 무색해졌다.
목표 실적 달성에 급한 일부 보험사가 한화생명을 따라 환급률을 높이기 시작하면 고객 유치 경쟁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대부분 보험사는 금감원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단기납 종신 환급률을 94~95%대로 낮췄고 현재까지 유지 중”이라면서 “영업 조직이 ‘한화생명을 따라 환급률을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 ‘성과급을 늘려달라’며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편법 소지가 없을 뿐 아니라 일부 대형사도 비슷한 영업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생보업계의 단기납 종신 경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단기납 종신은 보장성 상품인데 거둬들이는 보험료가 커 새 보험 회계 제도(IFRS17)상 실적 산정에 유리하다. 자칫 생보사의 실적 부풀리기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고객이 만기까지 유지해 원금보다 많은 돈을 내줘야 할 경우 생보사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