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만명 투약 분량의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한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3개국 연합 마약조직이 검거됐다. 이들은 나무 도마 속을 파낸 뒤 필로폰을 안에 숨겨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한국과 중국, 말레이시아 3개 국적 조직원으로 구성된 3개 마약조직 관리·유통책 등 26명을 검거하고 이중 중국 총책 등 14명을 범죄단체조직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말레이시아에서 제조한 필로폰 74㎏(시가 2220억원)을 국내에 밀반입해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필로폰 단일 적발 사례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다. 경찰은 조직원들이 보관 은닉하고 있던 필로폰 27.8㎏을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일본 대만 홍콩 등에서 필로폰을 유통하던 말레이시아 조직의 총책 ‘마이클’은 올해 1월 한국 시장 개척을 위해 한국 및 중국 마약조직 총책과 손을 잡았다. 한국 조직은 국내 밀반입 경로를 확보해 필로폰 운반·보관을 맡고, 중국 조직은 이를 유통 판매하는 일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이들은 두꺼운 외투 차림의 조직원 몸에 필로폰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밀반입하다 지난 여름 이후 수법을 바꿨다. 나무도마에 홈을 판 뒤 필로폰 120~140g씩을 숨기고 국제화물로 위장해 국내 잠입 조직원에게 배송했다. 말레이시아 조직은 직접 국내에 원룸 월세방을 거점으로 마련하고, 나무도마를 해체해 한국·중국 조직에 필로폰을 분배했다.
경찰은 지난 7월 마약 단순투약자 30대 여성을 붙잡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들 조직의 꼬리를 잡았다. 그 다음달 여성에게 필로폰을 판매한 중국 조직 유통책 2명을 검거하는 등 총 23차례 검거 활동을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조직은 필로폰 100㎏을 나무도마 속에 숨긴 상태로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선적을 대기하다가 거점 조직원 2명이 검거된 사실을 파악하고 화물을 바로 회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내로 밀반입된 필로폰 74㎏ 중 유통 판매를 위해 은닉한 필로폰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