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의 10일 국방부 국정감사가 여야 충돌로 파행을 겪었다. 야당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피케팅에 나서자 여당이 이에 반발해 국감 참석을 거부했다. 결국 국감은 예정된 시간보다 8시간 늦게 야당 단독으로 열렸다가 질의응답 없이 정회됐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감 시작 전 용산 국방부 청사 국감장 좌석에 ‘부적격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 임명 철회하라’고 적힌 피켓을 내걸었다. 국방위 야당 간사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당과 정의당은 청문회 때 신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했는데 임명됐다”며 “이에 대한 피케팅을 했는데 이를 구실로 국민의힘과 (국방)위원장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국방위 여당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김 의원에게 “원만히 국감을 진행하기 위해 (피켓을) 떼 달라는 것”이라며 “정치투쟁하는 것을 장병들이 보면 뭐라고 하겠느냐”고 따졌다. 성 의원은 이어 기자들과 만나 “장관은 국감에 가장 책임 있는 사람인데 임명 철회라는 것은 국감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사과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오늘 국감에는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후 들어 민주당은 피케팅을 중단하고 여당에 국감 참석을 요청했으나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기호 국방위원장을 제외하고 국회로 복귀한 상황이었다. 한 위원장은 오후 6시쯤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직권으로 국감을 개의했다. 하지만 국방부 업무보고와 의사진행발언만 진행한 뒤 정회했다. 의사진행발언에서 김 의원은 신 장관에게 과거 발언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고,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여당이 함께 자리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한편 오전 국감 시작 전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한 신 장관은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최대한 빨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 장관은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는데, 사실 그보다 훨씬 강도 높은 위협이 대한민국 앞에 놓여 있다”며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정찰감시 자산이고, 이스라엘도 무인기 등 항공 비행(감시정찰 자산)을 띄워서 계속 감시했다면 그렇게 안 당했으리라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9·19 군사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북한의 임박한 전선지역 도발 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데 굉장히 제한됐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방어하는 데 제한사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게 국방장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