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나 전 애널리스트의 조기 은퇴 소식은 시장 참여자들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최연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로 주목받았던 그는 깊이 있는 산업 보고서를 내면서 이름을 알렸다. 또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일하면서 유튜브와 각종 방송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했다. 퇴사 이유와 다음 행보를 묻는 질문에 강 전 애널리스트는 “일단은 학업이 가장 메인”이라며 모범생 같은 답을 내놨다.
강 전 애널리스트는 최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제약바이오는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하는 학문이어서 한계를 느꼈다”며 “과거에 공부를 해왔던 게 있었고, 애널리스트 생활에도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서 생물유전학 학사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직후인 2020년 이베스트증권에 입사했다. 이후 시장에서 주목받는 애널리스트로 성장했다.
그런 그가 최근 회사를 퇴사한 뒤 다시 같은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학생 신분으로 돌아갔지만,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애널리스트 때보다 더 돋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 전 애널리스트는 퇴사 후 유튜브와 텔레그램 채널 ‘원리버’를 운영하면서 투자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가 유망하다고 짚은 인공지능(AI) 바이오와 항암제 개발 바이오 기업 등에 수급이 몰리며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애널리스트 시절에 비해 오히려 영역의 제한 없이 분석하고, 과거보다 솔직하고 직관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시간이 여유로워 유튜브를 제작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의 일상은 오전 9시에 등교, 오후 6시에 교문을 나서는 평범한 대학생의 삶과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 시간을 쪼개 투자 정보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로 했던 일들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의지는 강하다. 강 전 애널리스트는 “제약바이오 탐방과 분석은 꾸준히 하려고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유튜브 등을 통해 제약바이오 투자가 어렵다는 시장의 인식을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제약바이오 섹터는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그만큼 오랜 기간 소외됐기 때문에 이제는 투자할 시기가 됐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강 전 애널리스트는 이차전지나 로봇 등으로 성장주에 관한 관심이 되살아 난 것도 바이오 수급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다만 최근 대외적인 금융환경이 악화돼 증시 주변 자금 흐름은 좋지 않은 상태다.
바이오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한 이벤트는 있다. 그는 이달 유럽종양학회(ESMO)와 다음 달 미국면역항암학회(STIC)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임상 데이터 등이 발표돼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JP모건 헬스케어는 강 전 애널리스트가 가장 기대하는 이벤트다. 그는 “역사적으로 JP모건 헬스케어를 앞두고 12월에 제약바이오 주가가 좋은 흐름을 보였던 적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