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역대급 ‘짠물 예산’을 예고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 중인 첨단반도체기술센터(ASTC) 건립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ASTC가 반도체 초격차 확보에 필요한 기관인 만큼 정부가 설립 예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에 ASTC 설립 타당성 검토를 위한 연구 용역을 맡겼다. 사업비는 1억2000만원 규모다. 연구원은 오는 12월까지 ASTC의 필요성과 설립 타당성 근거를 확보하고 ASTC 운영 방안 등을 모색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연구 용역이 끝나는 대로 ASTC 설립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건립 지역 등은 예타 이후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ASTC 구축 방안을 공식화했다. 유럽 최대 규모의 비영리 종합 반도체 연구소인 아이멕(IMEC)에 견줄 만한 연구거점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벨기에에 있는 아이멕에서는 세계 96개국 전문가가 반도체와 관련한 연구·개발(R&D)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른바 ‘한국형 아이멕’인 ASTC를 조성해 전 세계 반도체 인재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ASTC 운영이 본격화하면 국제 협력을 통한 한국 반도체 경쟁력 향상이 기대된다. 한·미 양국은 지난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 중 ASTC와 미국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 간 협력 방안을 설립 단계부터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돈이다. 긴축 재정 기조 하에 정부가 내년 국가 R&D 예산을 올해 대비 16.6%(5조2000억원) 삭감했다. 이에 따라 ASTC 설립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비용을 포함하지 않으면서 산업부가 신규 사업인 ASTC 예산을 새로 따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형자 한국의희망 의원에 따르면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마련을 위해 5년간 1조3703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던 윤석열정부는 내년 예산에 관련 비용을 책정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등이 주도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지원 예산도 마찬가지다. 산업부 관계자는 “ ASTC 설립은 일단 내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예산 편성이 시작될 것”이라며 “아직 건립과 운영에 어느 정도 금액이 들어가는지 알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