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예수의 비유] <30>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

입력 2023-10-10 03:06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

한 사람에게 포도원이 있는데
그곳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알찬 무화과가 주렁주렁 달리기를 바라며
포도원에 자주 가서 나무를 살펴본다

이미 열매 맺을 때가 지났는데
무화과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
그 나무에 대해 크게 실망한 주인이
나무를 돌보는 포도원지기에게 말한다

내가 삼 년이나 계속 참고 기다리면서
이 나무가 열매 맺기를 바랐는데
열매를 맺지 못하니 당장 찍어버려라
어찌 아까운 땅만 버리게 하겠느냐

그 말에 포도원지기가 놀라서 애원한다
주인님, 올해만 그냥 두십시오
제가 고랑을 두루 파고 거름을 듬뿍 주겠습니다
그때 가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면 찍어버리십시오

이 비유(눅 13:6~9)는 빌라도에게 죽임당한 갈릴리 사람들, 무너진 실로암 망대에 깔려 죽은 예루살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죄가 더 많은 건 아니라는 말과 함께 누구든 회개하지 않으면 그처럼 망할 것이라는 교훈을 들려주시려는 비유다. 따라서 이 비유의 핵심은 '회개'다. 죄악에서 돌이켜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감으로써 삶의 열매를 맺는 것이다. 이 비유에서 무화과나무를 심고 열매를 바라는 주인은 '하나님'이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사정하며 중재하는 포도원지기는 '예수님'이다. 무화과나무는 '이스라엘 백성'(넓게는 모든 신자)이다. 여기에서의 교훈은 이렇다. 인내의 기간이 끝나는 최후 심판의 때가 이르기 전에 자기 잘못을 돌아보고 즉시 회개함으로써 열매 맺는 삶, 곧 빛의 열매(엡 5:9), 성령의 열매(갈 5:22-23)를 맺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