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오는 11일 실시되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내년 4월 총선을 6개월 앞둔 상황에서 이번 보궐선거를 놓치는 정당은 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도부 쇄신론’이 불붙을 가능성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오후 퇴원해 진교훈 민주당 후보의 유세 현장에 참석했다. 장기간 단식을 했던 이 대표까지 등판한 것은 이번 보궐선거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특히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와 민주당 ‘이재명 지도부’가 맞붙는 첫 선거라는 점에서 여야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힘 있는 여당 후보론’을 내세워 총력전을 이어갔다. 김기현 대표는 가양동의 한 공원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힘 있는 여당 후보, 핫라인이 개통됐고 집권 여당이 밀어준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높은 사전투표율(22.64%)과 관련해 “사전투표 안 한 분은 꼭 투표장으로 가서 힘 있는 여당 후보 김태우를 선택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윤재옥 원내대표와 이철규 사무총장 등 지도부도 총출동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지지자가 김 후보 측 선거운동원을 위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파상공세를 펼쳤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선거 테러”로 규정하며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특단의 조처를 내리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김기현 지도부’의 장악력은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패배한다면 ‘수도권 위기론’이 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박빙 대결이 펼쳐질 경우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강서구는 ‘험지’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이 대표를 앞세워 막판 스퍼트를 올렸다. 이 대표는 그동안 치료를 받았던 녹색병원에서 이날 오후 퇴원한 뒤 자택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진 후보 집중 유세에 참석해 힘을 보탰다.
노타이에 정장 차림을 한 이 대표는 이날 지팡이를 짚고 발산역 인근의 유세차량에 올랐다. 이 대표는 약 6분의 연설에서 “진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켜 국민의 무서움과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을 여러분께서 확실히 증명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국민을 인정하지 않고, 지배 대상으로 여기고, 업신여기면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직접 행동으로 증명해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유세에는 민주당 의원 60여명이 동참했다. 지난 8월 31일 국정 쇄신 등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던 이 대표는 지난 9월 18일 병원에 이송된 이후 21일 만에 퇴원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구속 위기에서 벗어난 이 대표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이 대표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면서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가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내에서는 투표율이 40%를 넘을 경우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감지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역대급 사전투표율에 놀란 국민의힘 지지층이 오히려 막판에 결집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등판을 비판했다. 신주호 상근부대변인은 “이 대표의 등장은 강서 주민과 국민의 속만 뒤집어놓을 것”이라며 “진 후보에게는 최대 악재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민지 박장군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