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예배 회복 외쳐… 유흥가 강남역 인근서 영적 파수꾼역 총력”

입력 2023-10-11 03:04
이장균 순복음강남교회 목사가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교회 집무실에서 부임 후 집중해 온 사역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장균(59) 순복음강남교회 목사의 집무실에는 책이 많다. 집무실을 두른 책장에는 신학 서적부터 경영, 경제, 인문학 서적까지 다양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집무실에서 만난 이 목사는 “요즘은 건축과 관련된 책을 재밌게 읽고 있다”며 “정말 아끼면서 보는 책은 집에 다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알고 지내던 한 유명 서점 관계자가 하는 말이 종교인 중 책을 제일 많이 사는 목사 중 하나라고 하더라”며 “지금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신간 서적을 사들여 읽고 있는데 이는 신학대 재학 시절부터 이어져 온 습관이다”고 덧붙였다.

순복음강남교회의 사역 이야기를 들으러 간 자리에서 이 목사가 책을 언급한 이유는 그의 평소 목회 철학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저는 늘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님이 생전 강조하신 희망을 주는 목회자가 되길 원했다”며 “조 목사님은 여의도순복음교회 부흥의 열쇠를 성령 운동과 더불어 목회자의 설교를 꼽으셨는데, 설교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한 결과 그 답 중 하나는 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순복음강남교회의 행정 담당 장로를 바라보며 “무언가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무리하게 되기 마련이더라”며 “그래서 저는 교회에 무얼 하자는 이야기를 잘 안 한다. 주일 설교를 준비하는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하기에 그저 설교와 예배의 회복에만 중점을 두고 사역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의 말에서 ‘문제’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왔다. 1985년 설립돼 지금까지 강남 지역에서 대표적으로 ‘오순절 성령 운동’을 펼쳐온 순복음강남교회는 이 목사의 부임 직전까지 교회 안팎의 여러 문제로 내홍을 겪었다. 내홍을 겪기 전까지만 해도 순복음강남교회는 1만명이 넘는 성도를 둔 지역 내 대표 교회 중 하나였지만, 코로나19 시기까지 겹치자 교회는 한층 더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여의도순복음교회 교무담당 부목사로 사역하던 이 목사는 그해 7월 지금의 교회에 부임했다. 어수선한 교회 분위기를 추스르고 다시금 교회에 맡겨진 지역 내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과제가 그에게 주어졌다. 이 목사가 집중한 것은 교회의 본질, 바로 예배의 회복이었다.

이 목사는 “저는 어느 사역지에 부임하든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물어보지 않는다”며 “과거의 문제에 얽히면 앞으로 못 나아가기 때문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오로지 예배 회복에만 초점을 뒀다”며 “교회 구성원 모두가 예배를 먼저 잘 드리고 은혜를 받으면 모든 문제는 해결되지, 모여서 문제를 놓고 이야기만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사진=신석현 포토그래퍼

이는 사람 간 관계나 물질적인 문제도 결국은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 예배 회복에 오로지 그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고 보는, 이 목사의 목회 철학 중 하나다. 또 사역자의 길에 들어선 이후 조 목사와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를 곁에서 지켜보며 배운 점이기도 하다.

순복음강남교회의 예배 회복을 놓고 고심하던 이 목사의 눈에 들어온 건 이 교회의 찬양대였다. 이 목사는 “교회에 부임하고 보니 찬양팀과 성가대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에 놀랐다”며 “보통 교회의 찬양팀과 성가대가 무너지면 예배 회복이 어려운데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열심히 봉사하고 계신 찬양팀과 성가대 성도들은 예배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교회 성도들에게서 예배에 대한 갈급함을 봤다. 특히 순복음강남교회가 자리 잡은 곳은 소비와 경제의 중심지라는 강남역 인근이었다. 이 목사는 돈과 술, 유흥이 넘쳐나는 이곳에서 순복음강남교회에 맡겨진 역할을 “영적 파수꾼의 역할”로 규정했다.

이 목사는 “강남이라는 한국사회의 상징적인 지역 내에 교회가 영적 파수꾼의 역할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징적이라고 본다”며 “교회를 향한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도 결국 믿지 않는 이들이 교회를 생각하면 거룩함을 떠올릴 테니 말이다”고 했다.

그래서 순복음강남교회는 지역사회와의 관계성에 집중했다. 지역 학교나 관공서와 적극 협력하며 장소 제공, 물질 후원 등에 나섰고 지역 내 필요를 채우고자 어린이집 세 곳도 운영한다.

이 목사는 “소위 말하는 유흥가 ‘지라시(전단)’보다 복음 실은 전도지를 더 많이, 더 집요하게 뿌려가며 복음 전파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며 “한국사회에서 제일 중요해진 것 중 하나가 도덕성인데 교인들에게 늘 교회가 성경 말씀대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며 도덕성, 거룩함을 회복해 사회 속에 맡겨진 역할을 감당하자고 권면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예배에 집중하고, 지역 사회 내 교회의 존재 이유에 집중한 결과 이 목사의 부임 이후 순복음강남교회는 단순 제적 성도가 아닌 순수 출석 성도만 40% 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는 성도가 소망이고, 그런 성도들은 예배를 소망하며 그 속에서 희망을 봐야 한다”며 “교인들이 순복음강남교회를 기대하는 마음을 갖고 오게 되는 교회, 말씀을 듣고 희망이 생기며, 예배를 향한 설렘이 있는 교회라 여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