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동 전역으로 전쟁 여파가 번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는 긴급 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로 인한 국내 경제 충격은 현재까지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4.3% 상승한 배럴당 86.35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유가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잠시 가라앉는 듯했지만 이번 전쟁 발발 이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는 아니기 때문에 양국 충돌이 원유 시장에 끼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국제유가 변동성을 키울 변수로 이란을 지목한다. 이란의 전쟁 개입 정도에 따라 서방국가들이 원유 금수 등의 고강도 제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원유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할 수 있다.
불안정한 국제유가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한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생산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국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업종별로는 정유업 정도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장기적으로는 수요 부진 등에 따른 매출 감소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고유가는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워 국내 물가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국내 휘발유·경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 7월 둘째 주 이후 13주 연속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는 대략 1~2주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된다. 중동발 국제유가 상승이 본격화되면 3%대를 나타냈던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널뛰기할 가능성도 크다.
정부는 긴급 회의를 열고 에너지 수급과 금융시장 안정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석유공사, 가스공사와의 논의 후 이번 전쟁과 관련해 국내 원유·가스 도입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분쟁 지역이 원유·가스 수송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떨어져 있다는 진단이다. 중동 인근에서 항해 중인 유조선 등도 정상 운항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도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합동으로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기재부는 “국제유가 변동 폭은 확대됐으나 아직 국제금융시장 움직임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김혜원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