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 신재생에너지 설비 구축… 정부가 보조금 주며 운영 제한?

입력 2023-10-10 04:07

정부가 전력 수요가 낮은 봄·가을에 공공기관에서 보유 중인 자가용(자체 발전용) 신재생에너지 설비 운영을 제한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자가용 신재생에너지 설비 구축에는 매년 수천억원의 세금이 지원되고 있다.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운영 제한에 앞서 투입 예산부터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8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 개정 절차에 돌입했다. 개정안은 산업부 장관이 각 공공기관에 자가용 신재생에너지 설비 운영 중단(출력제어)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각 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수용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로 전력 공급량은 늘어나는데 봄·가을 수요가 줄면서 계통 불안정에 따른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우려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 전력 수요는 39.5기가와트(GW)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12월 역대 최대 수요(94.5GW)와 비교해 42% 수준이다. 올가을에는 봄철보다 낮은 역대 최저 수요(32GW)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공공기관이 보유하거나 관리 중인 태양광 설비 규모는 약 585메가와트(㎿)다. 지금까지는 이 설비 운영을 제한할 근거가 없었는데, 제도 개선을 통해 과잉 전력 공급을 막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는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제도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가 아예 처음부터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을 수요에 맞게 조절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할 수 있는 전력을 사실상 버리는 출력제어는 국가 경제 측면에서 낭비이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 기기를 무턱대고 더 짓지 말고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자가용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지원 명목으로 2447억원을 투입한다. 설비를 설치하는 단독·공동주택에는 489억4000만원을, 건물·시설에는 611억7000만원을 지원한다. 올해 예산은 지난해(3192억원)보다 약 23%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수천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발전량이 너무 많아 설비 가동을 잠시 중단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지만 설비 구축 예산은 이를 반영하지 못한 셈이다.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2036년까지 108.3G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발전업계 일각에선 내년에 수립하는 11차 전기본에선 이 목표치를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