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술품 과세 1년 만에 36배 늘었는데… 세수는 고작 1.7배↑

입력 2023-10-10 04:06
국민일보DB

미술품 거래에 따른 소득세 과세 건수가 36배 느는 동안 실제 걷은 세금은 1.7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술품은 비과세와 감면 혜택이 많아 고소득층의 투자용 자산으로 많이 활용되는 만큼 비과세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술품 거래에 대한 기타소득세 과세 건수는 2020년 251건에서 2021년 8980건으로 약 36배 증가했다. 미술품을 팔아 거둔 소득은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으로 세금이 매겨진다.

과세 건수는 2017~2020년 300건 안팎에 그쳤는데 2021년 급격하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미술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최근 미술품의 일부를 소액으로 구매하는 ‘조각 투자’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과세금액은 2020년 37억4700만원에서 2021년 62억9200만원으로 25억원 정도만 늘었다. 관련 비과세 요건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미술품은 양도차익이 아닌 양도가액에 세금을 매긴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6000만원 미만의 미술품은 과세되지 않고, 생존한 국내 작가의 작품이라면 금액과 관계없이 비과세된다. 또 양도가액의 80~90%를 공제한 후 22%의 세율을 적용하는데, 양도가액 1억원까지는 90%를, 1억원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양도가액의 80%를 빼준다. 보유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에도 90%까지 필요경비로 인정된다. 다만 이마저도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는다.

고소득층은 이런 비과세 요건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실제 소득구간별 과세 현황을 보면 2021년 기준 소득 상위 10%가 전체 미술품 양도가액의 99%에 달하는 2264억3600만원을 차지했다. 소득 상위 1%는 전체 양도가액의 절반이 넘는 1580억1900만원 상당을 거래했다.

전체 과세 건수 8980건 중 절반가량인 5013건은 양도차익을 2건 이상 얻은 인원에 대한 것이었다. 미술품을 투자용 자산으로 거래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술품 유통액은 1조377억원으로, 전년 대비 37.2% 증가해 역대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

한 의원은 “미술품 투자로 얻은 양도소득에도 공평과세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비과세 요건 강화와 종합과세 전환을 추진하고, 미술품 거래가 양도소득세 체계에 편입될 수 있도록 과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