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세종시에 머무르는 기획재정부 고위 공무원들의 잦은 서울 출장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서울에 집이 있는 일부 국·과장급 공무원이 주로 금요일에 불필요한 출장 건수를 만들어 서울로 올라가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최근 기재부 내부 게시판인 ‘공감소통’에는 ‘국장님은 언제 세종 오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어떤 날은 장·차관 보고, 어떤 날은 국회, 비는 날은 회의 급조”라며 “국장님이 꼼꼼하게 서울 가는 일정을 만드시니 언제 만나서 업무 방향을 논의하고 결정받느냐”고 지적했다. 이 직원은 “국장님도 사람이니 윗분들 근처에서 눈에 띄고 싶고 집 근처에 있고 싶겠지만 해도 너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과 과천에 있던 정부 부처들이 세종으로 내려오면서 공무원의 서울 출장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됐다. 실제로 각종 회의가 정부서울청사 등에서 자주 열리고, 용산 대통령실이나 국회를 방문해야 할 일도 많다. 다만 일부 과장급 이상 직원들이 서울 출장을 앞세워 상습적으로 조기 퇴근을 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한다는 내부 불만은 커지고 있다. 주말을 앞두고 서울로 돌아가는 김에 의미 없는 출장을 잡는 사례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하급직원들은 일을 배울 기회가 줄어 아쉬워하거나 일부는 ‘무두절(상사가 없는 날)’을 즐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요일에 세종청사에서 자주 내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재부 일각에선 이 회의가 일부 고위 공무원의 금요일 꼼수 출장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추 부총리는 최근 간부들에게 정말 중요한 출장이 아닌 경우에는 서울보다는 되도록 세종에서 직원들과 함께 업무를 보라는 취지의 당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9일 “간부들의 출장 관련 내부 불만을 지켜보며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