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갚기도 버겁다… 가계 여윳돈, 코로나 이후 최대폭 감소

입력 2023-10-09 04:03
국민일보DB

올해 2분기 가계 여윳돈이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갑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내수 소비도 얼어붙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가계 살림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의 월평균 흑자액은 114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줄었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흑자액은 가계가 번 돈에서 연금이나 보험, 세금, 이자 등을 내고 식료품 등을 산 뒤 남은 돈을 뜻한다. 가계 흑자액은 지난해 3분기부터 4개 분기째 감소세다. 감소 폭은 지난해 4분기 -2.3%에서 올해 1분기 -12.1% 등으로 커지는 추세다.

여윳돈이 줄어든 건 이자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가계의 이자지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 기준)은 지난해 2분기 7.1%, 3분기 19.9%, 4분기 28.9%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42.8%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팍팍해진 살림에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올해 2분기 가계의 소비 지출은 지난해보다 2.7%(7만1000원) 증가한 월평균 269만1000원이었다. 하지만 물가상승을 반영한 실질적인 소비 지출은 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는 1년 전보다 5.2% 감소한 102.6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기인 2020년 3월(-7.1%) 이후 3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소비 부진을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고 있지만 향후 소비 반등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의 긴축 국면과 맞물린 고금리 장기화 현상뿐 아니라 최근 상승한 국제유가 등에 따른 국내 물가 불안정성이 소비 심리를 더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국내 소비자물가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3.1%로 직전 분기 대비 0.1% 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