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중동의 화약고

입력 2023-10-09 04:10

지중해와 요르단강 사이 땅과 그 인근 지역은 옛날 가나안으로 불리던 곳이다. 북으로는 레바논과 시리아, 동으로는 요르단, 남으로는 이집트에 접한 이 지역은 오랫 옛날 유대인들이 살았으나 이들이 떠난 후엔 2000년 넘게 아랍인인 팔레스타인의 땅이었다. 하지만 세계를 떠돌던 유대인들이 20세기 초 영국의 위임통치령이던 이 지역으로 모여들었고 2차 세계대전 후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 화약고로 변했다.

유엔은 이 지역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거의 반반씩 분할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가결했다. 그 결의에 따라 이스라엘이 1948년 5월 건국을 선포했지만 주변 아랍국가들은 인정하지 않고 곧바로 이스라엘을 선제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에서 이겨 영토를 더 넓혔고 1967년 6월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해 이집트 시나이반도와 가자지구, 요르단의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시리아의 골란고원 등을 점령했다. 79년 3월 이집트와 평화조약을 체결하면서 시나이반도를 반환했고 팔레스타인과도 93년 오슬로협정을 통해 상호 존재를 인정키로 하면서 평화 공존의 실마리를 잡는가 했지만 불신의 골이 깊어 갈등은 아직까지도 진행형이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가자 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지구, 동예루살렘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무장 투쟁을 주도해 온 하마스가 2006년 가자 지구에서 집권한 후에는 이스라엘과의 군사적 충돌이 잦아졌다. 이스라엘에서 지난해 12월 초강경 극우 성향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내각이 들어선 후 유대인 정착촌 확대, 동예루살렘 이슬람 성지 무력 진입 등으로 인해 양측의 갈등은 확대일로를 걸어왔다.

하마스가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영토에 로켓포탄 5000여발을 퍼부으며 기습 공격했고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대한 보복 공습을 하면서 양측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이 전쟁 진입을 선언해 또 양측은 전면전으로 치닫게 됐다. 서로를 인정하고 조금씩 양보해 공존의 길을 찾는 건 이들에게 불가능한 일인가.

라동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