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온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끌던 원내대표단이 최근 비공개 회동을 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지난달 21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것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던 민주당 전임 원내 지도부가 2주 만에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박 전 원내대표와 송기헌 전 원내운영수석부대표, 정춘숙 전 원내정책수석부대표, 김영배 전 원내정무특보,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황운하 전 원내부대표와 사퇴 후 재기용된 유정주 원내부대표 등 전임 원내 지도부 소속 의원 15명가량이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한 식당에서 2시간가량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지난 4월 취임한 박 전 원내대표는 1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가 이끌던 원내 지도부는 지난달 21일 본회의 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결정과 다른 표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책임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를 의원들이 수용했다. 당시 당 안팎에선 원내대표단이 이재명 지도부와의 세력 싸움에서 밀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다만 이번 회동에 대해 참석자들은 “임기가 마무리됐으니 서로 고생했다며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은 해체됐지만 우리가 바라는 건 딱 하나, 내년 총선 승리다. 당이 한마음으로 뭉쳐서 파이팅해야 한다. 오직 당이 잘되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에 참석한 한 의원은 “이제는 당이 단합해 내년 총선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모두 ‘살아서 돌아오자’는 얘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박 전 원내대표를 위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의원은 박 전 원내대표에게 “저희가 잘 모셨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박 전 원내대표가 자리를 좀 더 지켜줬으면 하는 아쉬움이야 다들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비이재명)계와 친명계가 함께 자리한 이날 회동은 계파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불만 제기는 자제하는 분위기였고, 당의 내홍을 빨리 수습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발언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의원들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그런 발언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우리가 무슨 정치세력화를 하자고 모인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