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중국 싫지만 한·중 관계는 중요

입력 2023-10-09 04:05

한국인들 71.9%가 중국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 한·중 관계는 나쁘다는 응답도 52.6%로 작년보다 15% 포인트나 늘었다. 그럼에도 국민의 81.8%는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의 중요한 외교 관계로 한·미 관계(74.8%) 다음으로 한·중 관계(48.1%)를 꼽고 있다. 2021년 대비 22% 포인트나 증가했다. 정부의 최우선 외교 과제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작년보다 4.5% 포인트 늘었다. 지난 9월 동아시아 연구원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는 한국의 대중 외교가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섰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국민 여론은 중국은 싫고 관계도 나쁘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상대이기에 외교적 노력을 통해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중 관계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면에는 북한 위협과 경제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2022년에는 주요국 간 무역, 첨단기술 경쟁과 마찰(60.8%), 미·중 전략 경쟁과 갈등(54.8%),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44.4%) 순서였다. 그런데 2023년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56.3%)이 1순위로 올라왔으며 미·중 전략 경쟁과 갈등이 위협이라는 응답은 36.3%로 18.5% 포인트나 감소했다. 북한 도발이 이어지면서 ‘중국 역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여론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한국의 경쟁국이 됐지만 그럼에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은 민생과 직결된 중요한 과제라는 냉정한 판단을 하고 있다.

국민은 인접한 강대국 중국으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도전과 불안정을 경계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한·미동맹이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을 넘어 지역 및 세계 문제 해결에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81.8%에 이르고 있다. 그렇지만 한·미동맹으로 인해 한국의 국익과 무관한 지역 분쟁에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도 66.5%에 달한다. 특히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 시 한국이 동참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43.5%)보다는 반대(56.5%) 의견이 더 많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기술에서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하는 미국 정책에 동참하는 데는 반대(40%)보다는 찬성(60%)이 높게 나온 것과 대비된다.

국민은 미·중 세력 경쟁 상황에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 부상하는 중국의 도전을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만 문제의 경우에는 중국과의 군사적 대립을 초래해 한국의 안보 불안이 가중되거나 한·중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개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중 갈등 시 한국이 중립을 선택해야 한다는 응답도 여전히 50.3%로 높다.

여론은 얼핏 서로 상충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불안정하고 불가측한 국제 정세에서 한·중 관계가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 있으며 대중 외교가 난제임을 방증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여론은 비교적 정확하게 대중 외교의 과제와 우선순위를 제시한다. 경제 제재에 대한 대응(28%), 중국과의 경제 및 첨단기술 협력(23.1%), 북한 비핵화를 위한 정책 공조(19.8%), 그리고 양 국민의 상호 인식 개선(18.8%) 순서로 제시하고 있다.

국민은 중국을 싫어하지만 여전히 경제와 북핵 문제에서 중국과의 협력은 불가피한 만큼 중국과의 관계가 지금보다는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국민은 싫은 국가에 대해서 오히려 명민하고 치밀한 외교 전략을 설계하고 전개해 안보와 경제라는 국익을 극대화하기를 정부에 기대하고 있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