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에서 부결돼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 장기화가 현실이 됐다. 대법관 후임 인선·법관 인사 등 대법원장 고유권한 관련 현안이 쌓여있지만,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사법부가 혼돈에 빠지는 모습이다.
이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가장 큰 차질을 빚을 현안은 대법관 후임 인선 절차다. 여기에는 30~40일의 청문회 준비 과정을 포함해 3달 정도가 걸린다. 안철상 민유숙 대법관이 내년 1월 1일 임기가 종료되는 상황이라 대법관 공백이 없으려면 이달 내 후임 인선 절차가 시작돼야 한다.
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장 공백으로 선임대법관인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데, 헌법 문구의 ‘대법원장’에 대행도 포함되느냐부터가 난관이다. 법조계 중론은 헌법의 확대해석은 어렵다는 것이다. 대행이 대법관을 제청한 전례도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대법원장이 없어도 대법관 후임 인선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법원조직법은 10명으로 구성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3배수 이상 후보를 추리면 대법원장이 이를 존중해 제청하도록 규정한다. 일단 추천위 절차라도 시작한 뒤 새 대법원장이 와서 제청하게 하면 공백기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법원조직법이 추천위 구성과 관련해 대법원장에게 일부 위원 임명권을 부여하고 있어 대법원장 없이 추천위 절차를 개시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부장판사는 “추천위에 어떤 사람이 위원으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대법관 후보 면면이 달라진다”며 “대행이 추천위원 임명 등 절차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대법원장 제청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 대법원장 임명 후 후임 대법관 인선 절차를 시작하는 게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고 대법관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 대법원장 후보자가 이른 시일 내 지명돼도 10월 국회 국정감사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인사청문회 일정은 11월에나 잡힐 것으로 관측된다. 법원 관계자는 “내년 1월 두 대법관 퇴임 후 대법관 공석 사태가 한동안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상고심 재판에 참여하는 12명 대법관 중 2명이 공석일 경우 상고심 심리 지연은 불가피하다. 대법원 판례를 기다리는 하급심 재판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재판 지연’도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11~12월 준비가 시작되는 내년 2월 전체 법관 정기 인사도 결정권자가 없는 상황에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