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단풍

입력 2023-10-07 04:10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정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도종환 시 ‘단풍 드는 날’ 일부)

나무가 제 삶의 이유이자 몸의 전부였던 것을 버리는 시기, 그 과정에서 초록색 잎사귀가 황홀한 빛깔로 물드는 단풍철이 왔다. 붉은 단풍잎 사이로반짝이는 햇살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낙엽수는 일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동물이 겨울잠을 자듯 나무도 더 이상 광합성을 하지 않으면서 초록색 색소인 엽록소가 자가 분해된다. 단풍나무는 빨간색을 내는 색소인 ‘안토시아닌’이 새로 생겨 나무에 있는 당과 결합해 붉은색 옷을 입는다. 안토시아닌은 당이 많을수록 더 붉은 기를 띠는데 일교차가 클수록 당이 이파리에 많이 머물게 된다. 일교차가 크면 단풍이 더 아름다운 이유다. 나무에 따라 노란색 ‘크산토필’ 오렌지색 ‘카로틴’ 갈색 ‘타닌’이 당과 결합해서 색색으로 물든다.

산 전체로 보아 정상에서부터 20% 정도 단풍이 들었을 때를 ‘첫 단풍’이라고 한다. 지난 1일 설악산에서 첫 단풍 소식이 들려왔다. 중부 지방은 오는 19~20일, 지리산과 남부 지방은 20~26일 첫 단풍이 예상된다. 단풍 절정은 산 전체에서 약 80% 단풍이 들었을 때로 보통 첫 단풍 2주 정도 후에 나타난다. 설악산은 10월 23일, 내장산은 11월 6일로 예측됐다. 단풍은 하루에 20~25㎞ 속도로 남쪽으로 이동해 설악산과 두륜산의 단풍 시작 시기는 한 달 정도 차이가 난다. 평지보다는 산, 강수량이 많은 곳보다는 적은 곳, 음지보다는 양지바른 곳의 단풍이 더 아름답다. 불국사, 남이섬, 화담숲, 남산둘레길, 서울숲, 관방제림, 경복궁, 창경궁 등도 단풍 명소다.

자연은 소중한 것을 버려야 할 때를 안다. 버리기로 결정하면서 찬사를 받는다. 사람은 아낌없이 던져야 할 때를 잘 모른다. 알아도 잘 실천을 못한다. 하나둘 물들어가는 단풍에서 배울 일이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