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진정세를 보이던 물가 상승률이 2개월째 3%대를 기록하며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한 데다 폭염, 태풍 등의 여파로 농산물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정부는 다음 달에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물가 불안 요인이 적지 않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올랐다.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연초 5%대를 보이던 물가 상승률은 지난 6~7월 2%대까지 낮아졌지만 지난달(3.4%)에 이어 2개월 연속 3%대를 찍었다.
물가를 끌어올린 주된 원인은 기름값 상승이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국내 석유류가격 하락 폭이 둔화했다. 석유류가격 감소 폭은 지난달에 전년 동월 대비 11%였지만 이달 4.9%까지 줄어들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전국 휘발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1796.32원으로 약 14개월 만에 1800원대에 육박했다.
여기에 과일가격도 오르면서 물가 상승세를 부추겼다. 농산물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2%나 뛰었다. 2022년 10월(7.3%)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이 중 사과 복숭아 등 신선과실은 1년 전보다 24.4% 오르며 2020년 10월(25.6%)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과일 생산·출하량이 줄었고 과일 수입량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10월 이후에는 물가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던 서비스물가의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계절 변동 요인을 제외해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3%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전후로 식료품과 대중교통요금 등 ‘생활물가’가 줄줄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또 국제유가 상승세는 전기요금 등의 추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김장재료 수급안정대책’ ‘동절기 난방비 대책’ 등을 이달 중 선제적으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등 물가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정부는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서민 물가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