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무분별 신고 없어야”… 릴레이 1인 시위 나선 교사들

입력 2023-10-06 04:03
15년차 서울 초등교사가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에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서울 한 초등학교의 15년차 교사 A씨는 최근 퇴근 시간이 1시간 넘게 길어졌다. 귀가하는 전철을 타기 전 ‘아동학대관련법 연내 개정’ ‘교사들의 억울한 죽음 진상규명’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서 있기 위해서다. 고속버스터미널, 서울역 등 장소를 옮겨가면서 1인 시위를 한다.

전국의 초등교사들이 지난달 27일부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 중이다. 서울역과 대전역, 제주국제공항 등 지역 번화가에서 교대로 피켓을 들고 1시간가량 서 있는 방식이다. 이날 기준 참여 교사 수가 100명이 넘는다.

A씨는 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어제도, 모레도, 추석 연휴에도 계속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교사 이야기에 공감을 해줬다”고 말했다.

25년차 경기도 초등교사인 B씨도 지난 3~4일 서울 용산역 1번 출구 앞에서 1인 시위에 참여했다. B씨는 “추석 때 고향에 다녀오자마자 시위에 나섰다”며 “나 같은 중년 교사들이 ‘나만 잘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틴 탓에 후배 교사들이 고통받는 것 같아 미안했다. 이렇게라도 죄책감을 덜고 싶다”고 했다. B씨 역시 지난해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그는 “아이가 친구들과 놀다 다쳤는데 교사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밤늦은 시간이나 수업 중에도 시도 때도 없이 계속 연락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 “집회에 참여하는 교사 대부분은 한편으로 불이익이 돌아오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만히 있기엔 교사 생활이 더이상 행복하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의 사망 이후 매주 토요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던 대규모 집회는 지난 한 달간 휴식기를 가졌다. 오는 14일 재개될 예정이다. 집회 주최 측은 “지난달 초·중등교육법 개정 등 교권보호 4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무분별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지 못한다”며 “아동복지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교육 현장은 아동학대 신고를 피하기 위한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문화가 고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