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류세 인하 조치, 내년 총선까지 계속 연장할 건가

입력 2023-10-06 04:04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최근 경제 현안과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말까지 연장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2개월 더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 강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이란 전제를 달았는데 현재 유가 추이로 볼 때 사실상 추가 연장을 시사한 발언이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국내 휘발유와 경유 소비자 가격이 최근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유가가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 정부 입장이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 추가 연장은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가 5조5000억원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7000억원 줄어 여파가 누적되고 있다. 기업 실적 부진,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인해 올해 세수가 세입 예산보다 59조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추가 연장은 세수 부족을 더 키워 정부의 재정 운용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유류세 인하는 시장의 가격 기능을 왜곡시키고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한시적이어야 할 조치가 2021년 11월 이후 2년 넘게 계속 연장되는 것도 문제다. 추 부총리는 ‘2개월 추가 연장’을 언급했지만 내년 4월이 총선이라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 유가 급등의 충격을 정부가 정책을 통해 한시적으로 완화해 줄 필요는 있지만 이런 조치가 장기화되는 건 곤란하다. 유류세 인하는 결국 세금으로 유류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조치여서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 인하 혜택은 대중교통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계층에게 더 많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유류 가격을 원가를 반영해 현실화하고 그로 인해 확보되는 세수는 에너지 취약계층, 영세 사업자 등을 위한 지원에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유류세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인하 폭은 가급적 줄이는 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