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가족 비상장주식 처분… 봉직 기회 주시길” 읍소

입력 2023-10-06 04:04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최현규 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5일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 누락됐던 가족 소유 비상장주식을 전량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부결 기류가 강하자 후보자 본인이 직접 몸을 낮추며 마지막 호소에 나섰다.

이 후보자는 입장문을 통해 “국민이나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에서 보시기에 미흡한 측면이 있었다면 이 기회를 빌려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심 없이 국가와 사회, 법원을 위해 봉직할 기회를 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부터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야당 의원들을 만나 ‘60쪽 설명자료’를 전달하고 개별 설득 작업을 벌이는 데 이어 후보자 본인도 ‘읍소 전략’에 나선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집중 타깃이 됐던 비상장주식 9억9000만원 재산신고 누락 부분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겠다는 생각에서 가장 깨끗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비상장주식을 처분하겠다”고 했다. 그는 “저와 가족이 보유한 처가 회사의 비상장주식 신고를 빠뜨린 점에 대한 저의 불찰을 모두 인정하고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며 “해당 주식은 재산 증식 목적으로 보유한 것은 전혀 아니지만 공직자로서의 염결성(청렴하고 결백한 성질)에 대한 작은 의혹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전체를 처분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성폭력 감형 판결 및 ‘뉴라이트 사관’ 논란과 관련해서도 “제가 받은 지적과 비판의 말씀을 모두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법부 최대 현안으로 지목되는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해서는 “대법원장으로 임명된다면 모든 역량을 바쳐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다”며 거듭 의지를 드러냈다. 또 “대법관을 8명 이상 증원하는 방식 등으로 충실하면서도 신속한 심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에 대해 한 부장판사는 “‘김명수 체제’를 비판해온 후보자가 김 전 대법원장이 제시했던 해결책을 다시 가져온 것”이라며 “재판 지연과 사법행정에 대한 후보자만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 명의의 신임법관 임명장. 대법원 제공

30년만의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이어지면서 이날 열린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판사 임용자 121명은 대법원장 이름이 아닌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이름이 적힌 임명장을 받았다. 권한대행 명의의 임명장 수여는 사실상 전례가 없는 일로 전해졌다. 안 권한대행은 “법정 안팎으로 처신과 언행에도 신중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