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 호투·노시환 맹타… 류중일호 숙적 日 잡고 기사회생

입력 2023-10-06 04:06
류중일(오른쪽) 감독이 5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장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일본전에서 노시환의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은 김혜성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을 2대 0으로 물리치고 결승전 진출 희망을 되살렸다. 사오싱=이한형 기자

흔들리던 류중일호가 일본과의 ‘단두대 매치’에서 기사회생했다. 맏형 박세웅에서 최지민·박영현으로 이어지는 마운드의 철벽투가 빛났다. 4번타자 노시환은 결정적 순간 타점을 올리며 승리를 견인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5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센터에서 열린 일본과의 항저우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그룹라운드까지 합쳐 3승(1패)째를 거두며 결승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숙적’ 일본은 예상대로 만만찮았다. 실업팀 소속으로 선수단을 꾸렸다지만 기량은 프로를 방불케 했다. 한국전에 대비해 체력을 충분히 비축해둔 선발 가요 소이치로를 비롯해 마운드에 오른 투수 전원이 시속 150㎞ 안팎의 빠른 공을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에 뿌렸다.

위기에서 대표팀을 건져낸 건 박세웅이었다. 앞선 그룹라운드 대만전에서 구원 등판해 아웃 카운트 2개를 책임진 그는 이날 성인 대표팀 합류 이래 가장 빼어난 투구를 펼쳤다. 최고 시속 150㎞대 강속구에 예리한 슬라이더와 커브를 섞어 일본 타선을 6이닝 무실점으로 요리했다. 삼진이 9개나 될 만큼 압도적인 투구였다.

맏형의 호투에 타선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초반엔 잘 맞은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가는 불운에 번트 실패까지 겹치며 고전했으나 6회 침묵을 깼다. 적극적 주루와 작전으로 만들어진 1사 1, 3루에서 노시환이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냈다.

올 시즌 KBO리그 최고 타자답게 노시환의 방망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 점 차 살얼음 리드를 유지하던 8회말 2사 2루에서 일본의 베테랑 사타케 가츠토시를 상대로 적시타를 터뜨렸다.

계투진도 힘을 냈다. 왼손 ‘믿을맨’으로 떠오른 최지민이 7회를 틀어막았다. 정규시즌 홀드왕이 유력한 박영현은 멀티 이닝 세이브를 수확했다.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2경기 6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했던 박세웅은 다시 한번 국제무대 경쟁력을 증명했다.

다만 보완할 과제도 확인했다. 잇따른 번트 실패는 젊은 선수들의 작전 수행능력에 물음표를 남겼다. 4회 1사 1, 3루에선 문보경이 스퀴즈 번트를 대지 못하며 1루 주자 윤동희가 2루에서 잡혔고 5회엔 김주원의 희생번트가 선행 주자 아웃으로 이어졌다.

시간은 많지 않다. 6일 중국과 슈퍼라운드 2차전을 치른다. 그룹라운드에서 일본을 꺾은 중국은 이번 대회 돌풍의 핵심이다. 패배 시 결승 진출이 어려운 만큼 총력전이 불가피하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