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얼라이브] 22년 교회 역할 대변해보니… 사랑 실천만이 교회 살리는 길

입력 2023-10-07 03:05
한국교회언론회 이억주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사무실에서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여파 등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교회언론회 제공

지금 한국교회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여파 등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교회가 생명처럼 여겨왔던 예배의 변형이 일상화했고, 그로 인한 가나안성도 증가 등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계 일부에선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2년간 한국교회를 지키고 보호하고 대변하는 일을 자임해온 한국교회언론회(언론회) 이억주(68) 대표를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김상옥로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만나 ‘한국교회가 사는 길’에 대해 물었다.

성경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말씀이 있다.(수 1:7, 잠 4:27) 언론회가 ‘보수 성향’으로 치우쳐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고개를 크게 저었다. 성경에서 말하는 메시지를 잘못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제 가라 내가 네 입과 함께 있어서 할 말을 가르치리라”(출 4:12)는 말씀을 붙잡고 일관되게 한국교회 대변자로, 한국교회를 보호하고 홍보하는 역할로, 대사회의 통로로, 그리고 오피니언 리더로서 사역해 왔기에 특정 이데올로기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먼저 한국교회언론회의 탄생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과거 방송·신문 등은 국민의 정신적, 영적 영역에 기여한 것을 고려해 비교적 종교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2000년대에 들어와 무차별적 공격을 가했다고 했다. 특히 지상파 방송들의 태도가 유별났는데 2000년 성탄절을 앞둔 가운데 일부러 기독교를 공격했다는 것이다. 성탄절은 기독교의 중요한 절기인데 긍정적인 내용은 방송하지 못할망정, 교회의 부정적인 면만 강조해 국민을 선동했다고 이 대표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회를 위해 항구적인 사역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2001년 3월, 주요 38개 교단과 단체들의 연석회의를 통해 한국교회언론위원회(이후 한국교회언론회로 변경)를 2001년 7월에 창립하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당시 대변인을 맡았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대석교회 담임을 맡고 있는 이 대표는 명지대학원과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루이지애나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지난 22년 동안 논평만 1074회, 보도자료 398회, 성명서 41회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중앙일간지들의 점술·무속 광고를 모니터링해 중단하게 한 일, 또 각 중앙일간지의 종교별 보도를 연간으로 분석해 기독교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하게 한 것 등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또 2002년 한·일 월드컵 응원단의 ‘붉은 악마’ 개명 운동,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문제 제기, 포괄적차별금지법(차금법) 반대 운동, 신축 초등학교에 특정 종교 상징물 설치 반대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교회언론회가 보수적 색채를 띠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일반인들은 보수다, 진보다 하는 식의 이념과 정치적 색채를 생각하지만 기독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고린도전서 말씀을 예로 들었다.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10:31)고 하신다”고 했다. 여기서 영광을 위하는 것이 변하지 않는 가치관을 가지고 지키며 전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교회의 힘은 권력자들의 친구였던 로마의 바티칸보다는 카타콤(박해받던 초기 성도들의 지하묘지)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교회는 세속주의 다원주의 성공주의에 젖어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교회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복음의 가치보다 세상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그들의 친구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교회는 교회로서, 사회 속에서 봉사하고 섬길 것이 있지만 모든 것이 가(可)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이런 측면에서 한국교회언론회는 교회를 지키며 대변하고 정의를 세우는 일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왔다고 역설했다. 최근 차금법에는 왜 그렇게 격하게 반대하는지에 대해 남을 차별하지 말라는 도덕적 요청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만들려는 차금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항목은 ‘동성애’ 항목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주장은 간단명료했다. 개별적 차별금지는 현행법으로도 이미 금지하고 있는데 성적지향이나 성적 정체성, 동성 가족 구성 등 동성애와 관련된 차별금지는 없으므로 차별금지 조항에 그 내용을 넣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교회가 이를 모른 척하고 넘길 순 없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동성애 행위를 금지하거나 막기는 어렵다. 문제는 동성애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법제화할 때 이에 반대하는 도덕적 요청을 국가가 법과 강제력, 구속력으로 제한하고 수많은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표현의 자유, 종교·신앙의 자유 등 수많은 기본권을 침해받기 때문이다. “차별하지 말라고 하면서 수많은 양심적인 사람들을 역차별하고, 범법자로 양산하는 법은 결코 좋은 법이 아닙니다. 그리고 동성애가 합법화될 때 가정과 교회가 무너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언론회는 지난 3년 반, 즉 코로나 동안 가장 많은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정부가 교회에 대해 지나치리만큼 간섭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로나는 전에 경험하지 못한 팬데믹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민이나 정부도 많이 노력한 것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를 했다. 문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2020년 8월 ‘교회에서는 무조건 비대면 예배만 드리라’고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 했다.

지난해 10월 28일 경기도 안양 은혜와진리교회에서 열린 제21회 정기총회 모습. 한국교회언론회 제공

“아무리 코로나가 위중한 상황이라고 해도 정부가 교회와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교회 폐쇄를 명령한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말살하는 행위였습니다. 당시 정부는 교회들에게 협조를 구해야 했습니다. 강제로 명령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이에 한국교회언론회에서는 정부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확실한 목소리를 낸 것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종교가 쇠퇴하는 가운데 한국교회도 중세교회처럼 암흑시대를 맞이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선교적으로 볼 때 사람들이 삶의 형편이 좋아지고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 신(神·하나님)을 찾는 비율이 낮아진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한국인도 각 종교를 믿는 종교인 비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대표는 한국 최고의 지성이라는 고 이어령 박사를 언급했다. 이 박사는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인간의 무능함과 교만이 드러나고 그 후에는 ‘영성의 시대’가 오리라고 했다. 이 대표는 “한국교회는 어느 때보다 십자가의 복음을 강조해야 한다”면서 “십자가 없는 기독교 영성은 아무리 교회 수가 많아진다 해도 중세교회처럼 암흑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교회 부흥과 쇠퇴는 역사적으로 볼 때 부흥과 반복을 거듭해왔다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가 가난한 자들의 친구였듯,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 대재앙 때 교회가 사랑의 실천을 했던 것을 상기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죽은 자들의 장례식조차 사치일 때 교회는 죽음을 무릅쓰고 시신들을 거두어 장례를 치러준 일은 오늘의 교회가 이어가야 할 부분이 분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21세기에도 교회가 복음의 가치를 충실하게 지키고 세상을 섬기면, 하나님께서 복 주시고 교회의 성장을 주신다는 것을 믿는다면서 교회에는 여전히 희망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불행을 겪는 분들이 너무 많아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구약시대 하박국 선지자도 세상에서의 불의와 강포함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왜 구원해 주시지 않는지, 정의가 굽은 것인지를 물었다고 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응답하셔서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의 영광을 인정하는 것이 세상에 가득함이라”는 말씀을 소개했다.(합 2:14)

이 대표는 또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동전 단위)에 팔리는 것도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안 되며, 하나님은 우리의 머리털까지 전부 세어 놓고 계신다(마 10:29~30)고 하신 말씀을 특별히 강조했다. 하나님께서는 선하시기에, 우리에게 닥친 극한의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그분의 선한 목적이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했다. 예수께서도 십자가의 고통 앞에 번민하셨지만 하나님 아버지를 의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사랑의 풍성함과 전능하심으로 선하신 뜻 가운데 사람을 변화시키십니다. 다만 세상 가운데 어렵고 고통당하는 이웃이 많은 것은 우리에게 사랑을 주신 하나님께서 우리가 이웃을 사랑하고 죽기까지 사람들을 사랑하신 주님의 모습을 닮기 원하시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