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연휴 기간에 열리는 대회 때만이라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탁아소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 1일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서 투어 데뷔 14년만에 생애 첫 승을 거둔 박주영(33·동부건설)의 바람이다. 그는 우승 직후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투어 활동을 하면서 ‘엄마골퍼’로서 겪는 고충을 조심스럽게 털어 놓았다.
박주영은 “한참 엄마 손길이 필요한 시기인데 아이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게 항상 마음에 걸린다”며 “1라운드 때까지는 집에서 대회장까지 출퇴근을 했다. 결혼 전에는 나만 신경 쓰면 됐는데 지금은 집안일도 해야 하고 아기도 봐야 하고 약간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대회장에 탁아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밝혔다.
요약하자면 여러 여건들이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 결혼도 그렇지만 출산은 더더욱 어렵다는 게 많은 여자 선수들이 갖는 고민인 듯하다. 실제로 KLPGA 소속 프로 결혼율은 4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력이 단절 될 수 있는 이른바 ‘경단녀’ 우려 때문이라는 게 결혼을 기피하는 대표적 이유로 꼽힌다. 이는 선수들의 결혼과 기혼 선수들의 투어 활동을 돕는 KLPGA의 프로그램이 미흡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KLPGA 투어도 LPGA 투어나 JLPGA 투어와 마찬가지로 출산 휴가 규정이 있긴 하다. 임신으로 시드 연장을 원할 경우 최대 2년까지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규정이 복잡하다는 데에 있다. KLPGA ‘산휴 신청 선수 시드권/시드순위 연장’ 규정에 따르면 시즌 일정 중 30%를 넘기기 전에 산휴 시드권 연장 신청서와 임신 진단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규정이 적용되는 시점이 모호하다는 것도 문제다. 규정에 ‘출산일 기준’ ‘신청일 기준’ 등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런 이유로 신청 마감 시한을 넘겨 휴가 자체를 아예 받지 못하게 돼 선수 생활을 조기 마감한 사례도 더러 있다.
출산 휴가를 마치고 나면 투어 복귀를 해야 하는데 그 또한 쉽지 않다. 아이 돌봄 시스템을 제도화 되지 않아서다.
그렇다면 LPGA 투어는 어떨까. LPGA 투어는 엄마 골퍼를 위한 아이 돌봄 시스템을 30년 전인 199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선수 뿐만 아니라 사무국 직원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동 보육 전문 자격을 가진 직원 3명과 자원봉사자들이 대회가 있을 때마다 이동형 어린이집 시스템을 운영한다. 운영 시간도 오전 5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길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어린이집은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경찰이 상주한다.
JLPGA 투어도 최근 출산 관련 시스템을 개선했다. 출산 휴가는 출산일로부터 최대 36개월까지다.
박주영은 ‘언제까지 투어를 이어갈 계획이냐’는 질문에 “둘째가 변수”라며 웃어 보였다. 그래서 KLPGA에서도 기혼자와 엄마 골퍼를 위한 프로그램 마련은 시급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른바 KLPGA 투어판 낸시 로페즈, 줄리 잉스터와 같은 ‘슈퍼맘’ 탄생은 요원할 것이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