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보다 은메달이 좋네요.”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청원경찰로 근무하던 직장인이 휴직계를 내고 참가한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주인공은 이번 대회 양궁 컴파운드 혼성전에 나선 주재훈(31)이다.
주재훈과 소채원은 4일 중국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성전 결승에서 인도의 오야스 프라빈 데오탈레, 조티 수레카 벤남에게 158대 159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에 오르기까지 주재훈과 소채원은 거침이 없었다. 16강에서 몽골을 155대 145로 꺾었고 8강에서 베트남, 4강에서 대만을 모두 158대 153으로 가볍게 눌렀다. 결승에선 근소한 격차로 경쟁을 이어가다 아쉽게 1점 차로 패했다.
주재훈은 취미로 양궁을 시작해 국가대표 자리까지 꿰차며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는 대학생이던 2016년 경북 경산의 컴파운드 양궁 동호회에 가입하며 활을 잡았다. 한국수력원자원에 입사하고 나서도 꾸준히 동호인 대회에 나가 실력을 뽐냈다. 주재훈은 퇴근 후에도 2~3시간씩 연습하며 올해 초 다섯번째 도전만에 양궁 대표팀에 합류했다. 국제대회 참가를 위해 주재훈은 다니던 회사에 휴직계를 제출해야 했다.
경기 후 주재훈은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회사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 쉽지 않았을 텐데 휴직 신청을 받아줬다. 덕분에 국가대표 자격을 유지하고, 이렇게 국제 대회에 나와 메달을 땄다”며 “은메달의 영광을 가족, 경북 울진의 지역사회분들, 회사 관계자분들께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가족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두 아들을 홀로 돌보고 있는 아내에게 “천생연분을 만났다”며 “못난 남편이 이렇게 혼자 국제대회에서 뛸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줘서 정말 고맙다”며 “집에 가면 정말 잘해줘야 하는 생각뿐”이라고 덧붙였다.
주재훈의 메달 사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5일 열리는 양궁 컴파운드 단체전에서 금메달 도전에 나선다. 7일엔 동료 양재원과 양궁 컴파운드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앞두고 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