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못 갚는 대출 7조3000억… 빚잔치는 끝났다

입력 2023-10-05 04:07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4일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로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59.38포인트(2.41%) 내린 2405.69를 기록했고, 환율은 전 거래일(1349.3원)보다 14.2원 뛴 1363.5원에 마감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연합뉴스

고금리 통화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빚으로 쌓아 올린 경제의 약한 고리가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경기 부진 충격을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빚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는 추세다. 상환 여력에 비해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한 ‘영끌족’은 어렵게 마련한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있다. 당분간 미국발 고금리 현상이 유지될 가능성이 큰 만큼 상환 부담은 갈수록 늘 전망이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분기(1033조7000억원)와 비교해 불과 3개월 만에 9조5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액도 1조원 늘며 역대 최대치인 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15%로 1분기(1.00%)보다 0.15% 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2014년 3분기(1.31%) 이후 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저금리 시대 공격적으로 주택 매수에 나섰던 영끌족은 보유한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임의경매를 통해 진행된 아파트 경매 건수는 912건으로 전월 대비 11.9% 증가했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빚을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담보권을 실행하면서 진행된다.

차주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며 경매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주담대 연체율은 0.23%로 1년 전(0.12%)의 배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경매 신청 후 경매 진행까지 6개월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경매 건수는 더 늘 수 있다.

그러나 단기간 내 금리 인하 기대감은 희미해지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4.8%를 넘어섰다.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최대치다. 고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한 영향이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은 긴축 강화를 지지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금리 상승이 자발적인 미국과 달리 한국은 기초체력이 수반되지 않은 채로 고금리와 원화 약세에 따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탓이다. 이에 한은은 이날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 10년물은 4.8%를 터치했고 일본의 10년물 금리도 0.77%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달러화도 거침없이 오른다는 점이 부담”이라며 “장기 연휴에서 돌아오자마자 우리 금융시장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금리의 무게를 견디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