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산업생산 30개월 만에 최대 폭 증가… 경기 반등은 ‘시기상조’

입력 2023-10-05 04:03

반도체 생산 확대에 힘입어 8월 산업 생산이 2년 반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소비는 2개월째 부진한 흐름을 보였으나 설비투자는 1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정부는 경기 반등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진단했지만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고금리 국면이 계속되는 데다 중국 경제의 더딘 회복세까지 겹쳐 경기 반등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지수는 112.1(2020년=100)로 전월보다 2.2% 증가했다. 이는 2021년 2월(2.3%) 이후 30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건설업(4.4%), 공공행정(2.5%), 서비스업(0.3%) 등 전 부문에서 생산이 늘면서 생산지수를 밀어 올렸다.

한국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 생산이 많이 증가한 게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생산은 전월 동기 대비 13.4%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8.3% 늘었다. 반도체 생산이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증가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광공업지수도 전월보다 5.5% 늘면서 2020년(6.4%) 이래 38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3.6% 늘었다. 지난해 8월(8.9%)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소비는 전월 대비 0.3% 줄며 2개월째 뒷걸음질 쳤다. 전년 대비로는 4.8%나 감소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2%)에서 판매가 늘었지만, 승용차 등 내구재(-1.1%), 의복 등 준내구재(-0.6%)에서 판매가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광공업생산 증가와 최근의 수출 흐름 등을 고려할 때 경기 반등 조짐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도 재화 부문은 다소 줄었지만 해외여행 확대 등 서비스 부문의 증가세를 감안할 때 완만한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경기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실제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99.4로 집계되며 3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최근 경기 반등 조짐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나, 유가 상승 및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주요국 경기 둔화 우려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상당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