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기류가 확산하자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의원들을 상대로 개별 설득 작업에 나섰다. 야당 의원들에게 전달한 60쪽가량 설명자료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사법행정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35년 만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와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해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은 4일 민주당 의원실을 일일이 방문하는 등 야당 의원들과 면담을 하고 인준안 통과를 위한 설득에 주력했다.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6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될 예정이다.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라 168석의 민주당 동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은 지난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사례가 마지막이다.
법원행정처는 이 후보자의 재산 문제 등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쟁점들을 설명자료를 통해 적극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는 처가 운영 회사의 비상장주식 9억9000만원을 보유하고도 재산 신고에서 빠뜨려 논란을 빚었다.
앞서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가계에 무심했던 터라 (주식) 보유 사실을 한동안 잊고 지냈었다”며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설명자료에서 “후보자가 해당 주식을 처분하겠다고 약속했고, 주식 보유 사실을 숨길 어떤 동기나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가 33년간 재판을 하면서 내린 사회적 약자 보호 판결, 성범죄 등 강력범죄 엄단 판결 등도 자료에 담겼다.
법원행정처는 김 전 대법원장 때의 사법행정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야당의 부정적 기류를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장 공백 장기화 우려도 설득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달 24일 김 전 대법원장 임기가 만료돼 현재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5일 진행되는 신임법관 임명장 수여식에서도 안철상 권한대행 명의의 임명장이 수여된다.
권한대행이 수행 가능한 업무 범위에 대해 현재 확립된 선례가 없어 권한 행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안철상 민유숙 대법관은 내년 1월 1일 퇴임하는데 권한대행이 대법관 후보자를 임명 제청한 전례는 없다. 법원 내부에서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전원합의체 재판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 임명 여부가 정쟁의 한복판에 휘말린 모양새가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