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뒷담] 한국의 맨해튼? 신한증권 사옥매각 새옹지마

입력 2023-10-05 04:04

“안 팔았으면 좋았을 텐데….” 최근 신한투자증권 전현직 임원들이 서로 만나는 자리에서 지난해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한 서울 여의도 사옥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뒷말이 나왔다고 한다. 매각 후 서울시가 여의도를 ‘한국판 맨해튼’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옥의 가치가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증권은 지난해 7월 여의도 본사 사옥을 이지스운용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에 6395억원에 매각했다. 매각 추진 당시 신한증권 내부에서는 여의도 사옥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매각을 막지는 못했다.

신한증권 사옥 매각이 이익으로 잡히면서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순이익 4조6423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3년 만에 실적으로 KB금융지주를 앞섰다. 당시 일각에서는 지주 수뇌부가 단기 실적에만 급급해 판 것 아니냐는 뒷말도 있었다.

사옥 매각 1년여 뒤인 지난 5월 서울시는 ‘여의도 금융중심지구단위계획안’을 발표했다. 계획안에는 여의도역 일대를 중심으로 신한증권 여의도 본사가 포함된 동여의도 일대 용적률을 기존 800%에서 최대 1200% 이상으로 완화하고 높이 규제도 폐지하는 등 초고층 빌딩이 개발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시 계획안 발표 이후 신한증권 빌딩이 중장기적으로 1조원은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1조원은 지난해 신한증권 매각 가격보다 3700억원이나 웃도는 수준이다. 계획안이 가시화되면 상승 폭은 더 확대될 수도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지스자산운용만 웃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