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국채금리발 금융 불안, 부채 감축 등한시할 때 아니다

입력 2023-10-05 04:01
연합뉴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3일(현지시간) 장중 4.81%까지 오르며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재무부가 재정 적자로 인해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조 달러의 국채를 발행키로 한 데 따른 공급 과다에 대한 우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움직임으로 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한 것이다.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 미 다우존스 및 나스닥 증시가 이날 1% 이상의 급락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 4일 개장한 한국 금융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지수(2405.69)는 2.41% 추락하며 2400선에 턱걸이했고 원·달러 환율도 14.20원이나 급등한 1363.50원을 기록해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일본 등 아시아 주가지수도 동반 하락했다. 올 연말쯤 미 기준금리가 인하할 것이라는 월가의 예상은 사실상 빗나갔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심지어 “7%대 금리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최근의 금리 발작이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시사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금리의 바로미터 격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급등세는 모든 국가가 마주해야 할 금융 리스크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 강도가 남다르다. 세계적으로 높은 부채 수준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108.1%로 2017년(92.0%)보다 16.1% 포인트 증가했다. 주요 26개국 중 유일한 두 자릿수대 증가폭이다. 절대 수준도 스위스(130.6%)에 이어 2위로, 2017년(7위)보다 다섯 단계나 뛰었다. 부채 규모나 증가 속도 모두 심각한 와중에 금리 인상에 의한 기업 및 가계의 조달 비용 상승은 투자와 소비에 악영향을 미친다. 회사채 및 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는 미 국채금리 동향에 어느 나라보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다한 부채 속에서 현재 경기 부진에 처한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고물가와 고환율을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을 섣불리 단행하기 어렵다.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딜레마는 ‘경기 침체하의 물가 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가중시킨다. 지난 8월 산업생산이 30개월 만에, 설비투자가 1년 만에 최대를 기록해 경기 반등의 실마리를 찾나 했는데 고금리 리스크가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면 빚 문제 해결 없이는 물가와 성장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다. 경제 미래를 위해선 부채 감축은 고통스럽지만 필수적인 통과의례라는 점을 모든 경제 주체가 직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