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수감사절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건 없을까. 아름다운동행 감사학교 교장인 이의용(69·사진) 고양 일산충신교회 장로는 ‘추수’보다 ‘감사’에 방점을 찍자고 제안한다.
이 장로는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 교인들이 찬바람 몰아치는 초겨울에 슈퍼마켓에서 채소와 과일을 사다 강대상 옆에 쌓아놓고 드리는 추수감사절 예배는 어색한 면이 있다”면서 “추수감사절을 감사절로 바꿔 감사의 범위를 삶 전체로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수감사절은 성경에 등장하는 절기는 아니지만 대부분 교회가 10~11월 사이에 하루를 정해 지키고 있다.
이 장로가 감사하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택한 방법은 감사일기 쓰기다. 그는 “추수감사절을 앞둔 한 달가량이 감사일기를 쓸 적기”라고 말했다. 일기를 통해 의례적인 행사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감사절을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감사일기 작성법은 간단하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적고 이에 대한 감상을 쓰면 된다. ‘오늘 바쁜 상황 속에서 동료의 도움으로 어려운 업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내일은 동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쓰는 식이다.
이 장로는 “매일 잠들기 전 삶 속의 감사 거리를 찾아보라. 내가 받은 감사도 좋지만 누군가를 위해 베푼 감사는 더 좋다”면서 “누군가의 감사일기장에 등장하는 삶이야말로 크리스천이 지향해야 할 삶”이라고 말하며 감사일기 참여를 권했다.
교인들 사이에서 감사일기 쓰기는 꾸준히 확산하고 있다.
2019년부터 1000일 넘게 감사일기를 써온 윤필교 서울 상암동교회 집사는 “감사일기를 쓰며 삶의 렌즈가 감사로 바뀌었다”며 “지인들과 대화 중에도 감사한 일을 자연스럽게 나누고 서로 격려하며 감사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윤 집사는 “가능하다면 감사일기를 함께 쓰는 모임을 만드는 것도 좋다”며 “서로의 감사일기에 대해 반응해주고 지지하는 일은 감사일기 쓰기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고 감사를 더 풍성하게 한다”고 전했다.
서울 영신교회(이진형 목사)는 지난 1일 전 교인에게 감사일기장을 나눠줬다. 이진형 목사는 “사회를 향해 감사를 베풀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을 염두에 두고 감사일기 쓰기 운동을 시작했다”며 “성숙한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 추수감사절 이후에도 일기 쓰기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