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be wise, obey the Lord(지혜로우려면 하나님께 순종하라).’
정문을 통과하면서 마주한 문구가 이 학교의 정체성을 짐작케 했다. 3일 (현지시간) 방문한 월드미션 고등학교는 동아프리카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었다. 교복 차림의 재학생들 발걸음은 강당으로 향했다. 특별한 세리머니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29명 정원→380명 배움터로
월드미션고는 29년간 동아프리카 일대에서 선교·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선교단체 월드미션 프론티어(대표 김평육 선교사)가 2005년 문을 연 학교다.
당시엔 100만명 넘게 희생당한 르완다 대학살(1994년 발생) 사건 여파로 고아·빈민이 넘쳐나던 시기였다. 학교가 들어서기 전 주변은 허허벌판에 가까웠다. ‘가난한 아이들한테 공부라도 시키자.’ 김평육 선교사가 소박한 각오로 시작한 학교의 첫해 정원은 29명이었다.
김 선교사는 교사들을 통해 학생들이 믿음을 품도록 독려했다. 소망을 갖게 만들고, 정직하고 사랑을 나누며 책임감을 지닌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가르치는 데 주력했다. 학교는 2012년 정부 방침에 따라 컴퓨터와 회계 등 정보통신 기술을 위주로 한 기술고등학교로 전환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르완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에는 르완다 전역 895개 고등학교 가운데 랭킹 6위를 차지했다. 학부모 등에게 입소문이 나고 학교 인근 지역의 인프라 여건까지 개선되면서 학생 수는 초창기보다 12배 넘는 380명까지 불었다. 복음의 선한 능력이 교육을 통해 지역 공동체에 스며드는, 이른바 ‘K선교’의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글로벌 에듀, 교사 신·증축 지원
학생이 늘어 학교 시설이 부족해지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교육·구호 국제 NGO인 ㈔글로벌 에듀(이사장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가 팔을 걷었다. 교내 도서관을 포함한 교실 3개를 새로 짓도록 지원한 것이다. 공사비는 김철수 새에덴교회 장로가 쾌척했는데 이날은 증축 기공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글로벌 에듀 이사진과 함께 현지 학교를 방문한 소강석 목사는 “우리의 작은 섬김을 통해 여러분이 귀하게 쓰임받는 도구가 되도록 기도하겠다”면서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화해하는 데 앞장서는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학교 구성원의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교장인 루쿤도 이노센트씨는 “학교 증축을 위해 기도해 왔다. 이렇게 길이 열릴 줄 몰랐다. 하나님이 이 길을 만들어 주신 줄 믿는다”고 전했다.
특별한 이벤트는 오후에도 이어졌다. 키갈리에서 차로 2시간 달려 도착한 카욘자 지역. 시골 풍경이 물씬 풍기는 곳에 교실 6개가 들어서는 ‘조이풀 초등학교’ 기공식이 준비되고 있었다. 월드미션이 운영 중인 정원 100명 규모의 유치원 바로 옆에 300명이 다닐 수 있는 초등학교가 들어서는 것이다. 건립 지원에 나선 이는 순천북부교회 조휴진 집사·황양이 권사 부부였다. 조 집사는 “미션스쿨 졸업자 출신인 내 경우를 볼 때 교육 지원이 곧 선교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도구로 계속 쓰임받기 원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교육선교·공공외교 활동 박차
월드미션 프론티어는 현재 르완다에서만 유치원을 포함해 초중고 및 직업학교 6곳을 두고 있고, 대학교 1곳의 인가를 앞두고 있다. 우간다 탄자니아 부룬디 콩고 등을 합하면 20여곳에 달한다. 글로벌 에듀 이사진은 교육 선교와 ‘2023 한국-아프리카 고위 콘퍼런스’ 등 공공외교 활동차 오는 14일까지 르완다에 이어 케냐와 탄자니아 우간다 등을 방문한다. 글로벌 에듀 상임이사인 이형규 장로는 “교육 지원과 구호, 선교 활동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데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키갈리·카욘자(르완다)=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