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동원 (10) ‘열린 목자훈련’ 개설… 균형잡힌 성도의 제자훈련

입력 2023-10-05 03:05
이동원(오른쪽) 목사가 2019년 미국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에서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수상하고 있다.

나는 신학 연구를 한 다음 목회하면서 그 연구를 차분하게 목회에 적용하는 수순을 밟지 못했다. 복음의 능력을 체험한 뒤 사역에 헌신하다 사역 현장에서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다시 신학을 연구하다 사역에 뛰어드는 식이었다. 가정환경이 차분하게 공부만 할 수 있는 정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학 연구도 목회나 전도의 실제적 관점에서 진행됐다. 형이상학적 신학 이론보다 실천신학에 더 마음이 이끌렸다. 설교학 전도학 선교학 리더십 교회성장학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내가 거쳐 간 몇몇 신학교는 신학과 목회의 건강한 균형을 갖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나는 기독교 역사에서 신학 연구를 하지 않고도 영적 거목으로 쓰임 받은 이들을 알고 있다. 설교자 찰스 스펄전과 전도자 드와이트 무디가 그렇지 않았는가. 신앙 지도자를 평가할 때 마치 신학 연구만이 그 사람을 만드는 것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스펄전과 무디 역시 많은 책을 읽었으며 영적 지도자들과 교제한 것을 바탕으로 신학적 성장을 한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내가 공부한 사우스이스턴 침례신학교는 당시 미국의 6대 침례계열 신학교 중 가장 진보적이었다(지금은 다시 보수적으로 회귀). 나는 침례교 신학교에서 문서설(성경이 다양한 전통의 자료들이 모여 편집되고 수정돼 현재에 이르렀다는 가설)을 가르치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진보적 견해의 신학 수업은 나도 모르게 신학 지평을 넓히고 있었다. 목회하면서 풀타임으로 박사 과정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시카고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트리니티)를 선택했다.

당시 트리니티는 풀타임 박사 과정이 개설되지 않았기에 최고의 선택이 선교학 박사 과정이었다. 전도학으로 세계적 영향을 끼치던 로버트 콜만과 상황화 선교학의 헤셀 그레이브 등이 그 학교 교수로 있었다. 세계적 선교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폴 히버트도 여기서 가르치게 된다는 소식은 복음적인 소식처럼 반가웠다.

트리니티에 머무는 동안 성경의 권위를 굳건히 지지하면서도 신학의 여러 향방에 열려 있는 넓은 복음주의가 마음에 들었다. 극단은 언제나 위험한 선택임을 확신했다. 이때부터 정치적 극단을 선택하는 기독교 운동의 위험성을 인지했다. 하나님 나라는 보수나 진보 영역보다 훨씬 더 높고 넓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그 나라의 자유 정의 기쁨 평화(샬롬)의 가치임을 알고 그런 신학적 지평에서 좌도 우도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입장에서 성도의 제자훈련을 단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열린 목자훈련’ 과정을 개설해 구속사의 전망, 성경적 리더십, 성경 교리론, 평신도 사역론 등을 가르쳤다. 우리 교회 성도뿐 아니라 이웃 교회에서도 참가하도록 문턱을 넓혔다. 이민자들은 피곤한 일상 중에도 제자훈련에 참여했다. 심지어 먼 지역인 버지니아에서도 100여명에 가까운 이들이 참여했다. 제자훈련을 받은 이들 중 20여명은 후일 평신도 선교사로 헌신하게 된다. 그 시절 내 기도는 ‘하나님 나라가 임하옵시며’였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