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까지 걷힌 세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조원 넘게 줄었다. 앞으로의 세수 상황 역시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기업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59조원 규모의 ‘세수 펑크’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8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8월 국세수입은 2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조3000억원 감소했다. 8월까지의 누적 국세수입은 24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감소 액이 47조6000억원까지 커졌다. 본예산 대비 국세수입 진도율은 60.3%로 직전 5년 평균치인 72.1%를 10% 포인트 넘게 밑돌았다. 세수재추계 결과대로 세금이 걷힐 경우 남은 9~12월에도 지난해 대비 약 6조8000억원의 추가적인 세수 결손이 발생할 전망이다.
8월 들어서도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3대 세목이 전부 1년 전보다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보다 3조1000억원이나 적게 걷힌 법인세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올해 8월까지의 누적 법인세수 감소분은 이미 20조2000억원에 이른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법인세 중간예납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박금철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올해 중간예납은 지난해보다 약 10조원 줄어들 듯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도 법인세수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중간예납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 같은 법인세수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기재부는 중간예납분 감소가 무조건 세수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간예납이 감소하면 그만큼 기납부세액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어 실제 결과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의 감세 기조에서 기존의 세수 전망치를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국세수입이 2024년 367조4000억원을 거쳐 2027년 444조9000억원까지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올해 본예산 국세수입인 400조5000억원을 기준으로 놓으면 매년 2.7%씩만 세수가 증가해도 이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올해 국세수입은 재추계를 거쳐 341조4000억원으로 59조1000억원 줄어들었다. 수정된 국세수입과 4년 뒤인 2027년 국세수입 전망치의 격차는 103조5000억원에 이른다. 매년 6.8%씩 세수가 늘어야 도달할 수 있는 액수다. 문재인정부가 증세 기반의 확장재정 정책을 펼쳤던 2017~2021년의 연평균 세수 증가율도 6.7%로 이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막상 세수 기반은 연이은 감세 정책의 여파로 축소되는 추세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23.8%에 이르렀던 조세부담률은 올해 23.2%를 거쳐 2024년 20.9%까지 떨어진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세제개편안으로 인해 향후 5년간 세수가 64조4081억원 감소한다고 추산했다. 여기에 올해 세법개정안이 통과되면 5년간 3조702억원의 세수가 추가로 줄어들 전망이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