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전후로 식품 가격과 교통요금 인상이 속속 이뤄지면서 한동안 진정세를 보였던 물가가 다시 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뿐 아니라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 등 국내외 상황이 고물가 국면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3일 낙농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지난 1일부터 원유 기본가격을 ℓ당 88원(8.8%) 인상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도 흰 우유 제품인 ‘나100%우유’(1ℓ) 출고가를 대형할인점 기준으로 3% 올렸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이 제품 가격은 각각 2900원과 3200원으로 인상됐다. 최근 남양유업 빙그레 매일유업 등도 우유 가격을 올렸다. 우유가격이 오르면서 가공식품 가격도 덩달아 뛰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 발생 가능성도 커졌다. 우유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제과·제빵·빙과·카페업계가 원유(原乳) 가격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원유 가격이 오르자 빵, 아이스크림 등 우유 가공 제품 가격은 평균 약 10% 상승했다.
오는 7일부터는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교통카드 기준)이 기존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오른다. 기본요금 조정은 수도권 전철 구간 전체를 대상으로 동시에 적용된다.
기름값 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감산 연장을 결정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현재 두바이유 거래가격은 배럴당 9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796.17원으로 1800원대를 목전에 뒀다. 12주 연속 오름세다.
고물가로 인한 서민 경제 충격을 덜기 위한 정부의 정교한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이달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이 조치로 현재 휘발유 유류세는 ℓ당 820원에서 25%(205원) 낮은 615원이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4분기 전기요금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 200조원대 빚을 안고 있는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올겨울 난방비 대란 우려와 내년 총선 등의 변수가 맞물리면서 요금 조정이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