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가 있는 기업집단의 내부 지분율이 올해 처음으로 6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계열사 등을 통해 기업 지배력을 우회적으로 강화한 기업집단도 늘었다.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전체 그룹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상이 심화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 소유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 기준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82곳의 내부 지분율은 전년 대비 1.3% 포인트 증가한 61.7%로 집계됐다. 내부 지분율은 기업이 발행한 전체 주식 중 기업 소유주나 법인, 특수관계인(친족) 등이 보유한 주식비율을 모두 더한 값이다. 동일인(재벌그룹의 총수)과 그의 친족, 계열사 등이 각각 보유한 주식비율로 구성된다.
총수 일가가 있는 기업집단 72곳의 내부 지분율은 61.2%로 전년보다 1.3% 포인트 상승했다. 이 비율은 최근 10년간 54~59%대였는데 올해 처음 60%를 넘겼다. 총수 일가(총수 및 친족)의 지분율은 전년보다 0.1% 포인트 감소한 3.6%로 집계됐다. 적은 지분으로 기업집단 지배력을 높이는 구조가 한층 강화된 셈이다.
해외 계열사를 통해 기업 지배력을 강화한 곳도 늘었다.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적으로 출자한 해외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집단이 27곳으로 전년보다 4곳 늘었다. 이들 기업집단에 속한 해외 계열사 108곳이 국내 계열사 84곳에 직간접적으로 출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 사례는 롯데가 해외 계열사를 통해 지배력을 확대한 것이다. 롯데는 광윤사, 롯데홀딩스 등 21곳의 해외 계열사가 13곳의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적으로 출자하는 형태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지난해 835곳에서 올해 900곳으로 65곳 증가했다.
홍형주 공정위 기업집단관리과장은 “높은 내부 지분율은 책임 경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