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심판 받은 삼성디스플레이 전 직원 ‘우회 중국 업체 취업’

입력 2023-10-04 04:04
연합뉴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던 직원이 중국 경쟁업체에 ‘우회 취업’한 것으로 의심된다면 전직을 금지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박범석)는 삼성디스플레이가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최근 인용했다. 재판부는 A씨가 내년 1월까지 전직 금지 대상 회사에 고용 파견되는 것뿐 아니라 우회 취업, 자문 계약 등의 방식으로 OLED 디스플레이 연구 개발 업무에 종사해서도 안 된다고 결정했다. 위반 시 A씨가 하루당 500만원을 삼성디스플레이에 지급해야 한다는 명령도 했다.

A씨는 2008년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해 OLED 생산 업무를 담당하다 지난해 1월 퇴사했다. A씨는 퇴사 전 영업비밀 보호 서약서를 작성했는데, 여기에는 ‘전직 금지 약정’이 포함됐다. A씨는 전직 금지 약정의 대가로 약 8800만원을 받았다. 같은 해 8월 그는 소형 의료용 레이저 치료기기를 생산하는 중국의 한 영세업체 B사 공장에 재취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씨가 디스플레이와 무관해 보이는 B사를 통해 실제로는 중국 경쟁업체에 우회 취업한 것이라며 지난 3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A씨는 B사가 전직 금지 회사에 해당하지 않아 전직 금지 약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맞섰다.

법원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직원이 7명뿐인 영세업체 B사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지 등 우회 취업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전직 금지 약정은 전직 금지 대상이 되는 경쟁업체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면서 전직금지 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있다”며 “이 같은 전직 금지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거나 전직 금지 기간이 과도하게 장기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일한 공정은 디스플레이 분야 국가 핵심기술”이라며 “A씨가 축적한 노하우를 경쟁업체가 취득하면 경쟁업체는 기술 격차를 좁히는데 상당한 시간을 절약하게 되는 등 부당한 이익을 취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