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회 교인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70%에 달합니다. 하지만 목사·장로 등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직 중 여성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전히 여성안수를 하지 않는 교단도 있죠.
이런 가운데 해외 교회들이 여성 지도자를 속속 배출하고 있다는 뉴스는 우리 현실을 돌아보게 합니다.
지난달 27일 뉴질랜드장로교가 뉴질랜드 오클랜드 세인트 켄티겐대에서 총회를 열고 여성인 로즈 럭스포드 목사를 2년 임기의 총회장에 선출했습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를 비롯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와 선교협력을 맺고 있는 이 교단은 럭스포드 총회장까지 모두 다섯 명의 여성 총회장을 배출했습니다.
호러스 G 언더우드(1859~1916) 선교사를 비롯한 수많은 선교사를 우리나라에 파송했던 미국장로교(PCUSA)는 2020년 인디언 출신 여성인 엘로나 스트리트 스튜어트 장로를 총회장에 선출한 일도 있습니다. 내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는 이 교단 226회 총회 총회장에는 여성 목사 메리언 테일러가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여성 목사 브라운 보스웰이 교단 정서기(stated clerk) 대행에 임명된 일도 있었죠. 국내 장로교단의 총무에 해당하는 요직에 여성 목회자를 기용한 것입니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 교회 현실은 초라한 수준입니다. 기장 총회가 2021년 9월 김은경 목사를 총회장에 뽑은 게 유일한 사례인데 여성안수를 하는 교단 중에도 여성 지도자 배출이 요원한 게 사실입니다.
지난달 대전 새로남교회에서 열린 예장합동 총회에서는 ‘여성 지도력 확대 결의 번복’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여성안수를 하지 않는 예장합동 총회가 교단 여성들에게 목회자 후보생 고시와 강도사 고시에 응시할 기회를 주기로 전격 결의했지만 48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를 번복해 버린 것입니다. 예장합동 여성 사역자들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1995년 여성안수를 법제화한 예장통합 총회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9월 열린 108회 총회 보고서에 실린 통계를 보면 여성 목사·장로들의 실태가 드러납니다. 교단 소속 남성 목사는 1만9188명이지만 여성은 15% 수준인 2992명에 그쳤습니다. 시무장로에서도 남성과 여성은 각각 1만7006명과 1179명으로 남성 장로 대비 6.9% 수준입니다. 1500명의 총회 대의원 중 여성은 고작 2.7%인 41명일 뿐이죠.
창조 때 하나님은 사람을 남성과 여성으로 지었습니다.(막 10:6) 요직이 남성에게만 주어지는 우리 교회의 불균형은 반드시 개선돼야 합니다. 함께 어우러져 복음을 노래하는 게 하나님의 창조질서이지 않았을까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